[이상연의 팝송 영어] Can’t Help Falling In Love

세상의 언어 가운데 가장 가슴을 뛰게 만드는 표현은 아마 ‘사랑에 빠지다’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영어로는 ‘fall in love’, 독일어로는 ‘sich verlieben’ 이라고 하는데 모두 사랑이라는 ‘늪’에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일본에서도 무엇인가를 깊게 사랑하는 모습을 ‘늪에 빠졌다’고 하며 중국인들도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그대로 씁니다.

프랑스어는 ‘Tomber amoureux’라는 표현인데 흥미롭게도 ‘fall in love’라는 현재형이 아니라 ‘fall loving’이라는 현재진행형을 씁니다. 사랑은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Fall out of love) 동작이 아니라 계속 빠져 있는 상태라는 의미랍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1년 처음 발표한 ‘Can’t Help Falling In Love’는 그동안 소개해드린 팝송 가운데 가장 간단하고 짧은 가사를 갖고 있지만 ‘사랑에 빠지다’라는 말의 힘 덕분에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 하며 명곡의 반열을 넘어 대중음악의 역사를 품는 노래가 됩니다 .

오늘 소개할 버전은 ‘로맨틱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른 곡입니다. 보첼리는 엘비스의 오리지널의 애절하면서도 비장한 호소나 레개 느낌이 물씬나는 UB40의 빌보드 1위 리메이크곡과는 달리 밝은 느낌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잔잔히 노래합니다.

노래는 “현인들은 오직 바보만이 사랑에 달려든다고 말하지만 나는 당신과의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어요(Wise men say, only fools rush in.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라는 유명한 가사로 시작합니다. “바보들만이 사랑에 빠진다”는 말은 숱한 여성들과 밤새 파티를 벌이던 엘비스와 그의 음악적 동지이자 친구들인 ‘멤피스 마피아’가 주고 받던 대화라고 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가볍게 알았던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니 “모든 물이 흐르고 흘러 결국 바다에 다다르는 것처럼 사랑에 미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처음에는 겨우 내 손을 잡아달라고 했던 남자는 곧바로 “내 모든 삶도 가져가달라(Take my whole life, too)”며 감정의 ‘퀀텀 점프’를 합니다.

이 가사 사이의 “Shall I stay? Would it be a sin If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오늘밤 함께 있어도 될까요? 내가 당신과 사랑에 빠진다면 죄가 될까요?)”라는 구절은 사랑과 욕정의 경계 때문에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노래는 “이것이 죄일까요”라고 묻는 형식을 취하지만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머물고 싶은 마음이 결코 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사랑과 죄를 연결시킨 이 노래를 들으니 한국 ‘국가대표’ 로맨티스트인 나태주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은 죄도 아니고 용서받을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설령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한번 사랑하겠다는 구절에 공감한다면 아마 지금 당신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상연 대표기자

Youtube 캡처/Lyrics Forever

[가사]
Wise men say only fools rush in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Shall I stay? Would it be a sin
If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Like a river flows
Surely to the sea
Darling, so it goes
Some things are meant to be

Take my hand, take my whole life, too
For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엘비스 프레슬리 원곡]

[UB40 버전]

레게 밴드인 UB40가 1993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리메이크 곡입니다. 정작 엘비스 프레슬리는 최고 순위2위에 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