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더이상 ‘alien’으로 못 부른다

이민당국, 호칭 변경…비시민(non-citizen) 등 사용 지침

세관국경보호국(CBP)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이 호칭 대신 ‘비시민'(non-citizen) 또는 ‘이주자'(migrant)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AP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이들 기관에서는 불법 외국인(illegal alien)이라는 표현 대신 ‘미등록 비시민'(undocumented noncitizen)이나 ‘미등록자'(undocumented individual) 등의 표현을 쓰도록 했다.

이번 지침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졌던 반(反)이민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로이 밀러 CBP 국장 대행은 “법을 집행하면서도 기관에 구류 중인 개인의 존엄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이민자에 대한 호칭을 변경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텍사스 국경 순찰대는 ‘불법 이민자 10명을 체포했다’라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19일 캘리포니아에서는 ‘미등록 비시민을 구조했다’라고 밝혀 바뀐 지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규정에 따라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성인 이주자는 대부분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나 일부 가족은 미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 판단하는 동안 임시 체류를 허용한다.

이에 대해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은 “불법 이민자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라며 “이렇게 나약하고 정치적 용어에 집착하려는 분위기 때문에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합법·불법 이민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수백 가지의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뒤집는 동시에 밀입국자를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지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달고 AP=연합뉴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텍사스주 이달고에서 20일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밀입국자들을 구금하고 있다. CBP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는 10만400여 명에 달하는 등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미 출신 밀입국자가 급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