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언론”…베이조스 소유 WP, 아마존 정면 비판

“물류창고서 부상 많다”…장문 기획기사로 아마존 근로환경 비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사기업인 아마존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앞서나간다. ‘물류창고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다치는지’ 분야 말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직원들이 경쟁업체 직원들보다 거의 갑절로 다친다는 워싱턴포스트(WP) 1일 기사의 첫 줄이다.

전직 직원 인터뷰 등을 토대로 구성된 기획기사다. 아마존의 ‘속도 강조’가 결국 직원들의 부상을 대가로 하고 있음을 가차 없이 지적한 기사다.

흥미로운 것은 WP의 소유주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이다. 베이조스는 2013년 WP를 인수했다.

베이조스에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기사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각종 그래프와 함께 장문의 기사가 송고됐고 이날 홈페이지 전면에 주요 기사로 걸렸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WP의 해당 기사를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기사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WP가 아마존의 악명높은 물류창고에서 벌어지는 형편없는 직원 부상을 다뤘다”고 전했다.

WP와 베이조스의 관계를 차치하고라도 해당 기사는 아마존의 직원 부상 비율을 상세히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WP가 직업안전보건청(OSHA)의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직원 100명 당 중상을 입은 경우는 5.9건이었다.

최대규모 사기업 월마트의 경우는 같은 기준에서 2.5건이었다. 업계의 경쟁사들은 평균 3.1건으로 아마존이 거의 갑절에 달했다.

중상은 일을 쉬게 되거나 다른 저강도 업무로 옮겨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WP는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아마존이 40만 명 넘게 채용한 2020년에는 그나마 줄어든 수치였다. 아마존의 경우 2017년 6.5건, 2018년 6.9건, 2019년 7.8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동종업계 회사의 물류창고에서는 2017년 2.9건, 2018년 3.2건, 2019년 3.1건으로 아마존의 높은 수치와 대조를 이뤘다.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다 2018년 다친 사피요 모하메드는 WP에 “그냥 계속 일하게 했다. 내가 다치든 상관하지 않았다. (회사는) 내가 (업무) 목표를 달성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발표된 관련 기관의 별도 보고서에도 “아마존은 로봇처럼, 기계처럼 일하기를 바란다. 매주 순위를 매기고 컴퓨터로 모니터한다. 아주 빨라야 한다. 사람은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WP는 이 보고서의 분석결과와 자신들의 분석결과가 거의 비슷하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담당 임원과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OSHA의 데이터와 WP의 분석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아마존의 근로 환경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돼왔다. 베이조스 역시 지난 4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직원들을 위한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