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말싸움 이기려다 기밀유출 시작”

게임 채팅방에 문서 게시…”2020년 이후 유출 10여 차례”

“게시자들 게임·음악·군사 유튜브 관심…정치적이지 않아”

미국 기밀문서 공유된 디스코드
미국 기밀문서 공유된 디스코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정부 기밀문서 유출은 게이머들의 말다툼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이 11일 보도했다.

게이머들이 비공개 대화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들을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기밀문서 유출이 발생한 장소는 게이머들이 활동하는 비디오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대화방이다.

당시 이 서버에서는 게임 마인크래프트 지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짧은 말다툼이 벌어졌는데, 한 사용자가 “여기 유출된 문서가 좀 있다”며 이들 문서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기밀 서류를 올린 사용자는 필리핀 유튜버 ‘와우 마오’의 팬들이 모인 디스코드의 다른 서버에서 이 문서들을 찾았다. 이 서버에는 이미 사흘 전에 우크라이나 관련 확인되지 않은 문서들을 포함해 30개의 서류가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와우 마오 팬 서버에 공유된 서류들도 원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터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디스코드 서버가 1월 중순에 처음 이 서류들이 올라온 장소일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어스
마인크래프트 어스 [마인크래프트 어스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기밀문서들은 마인크래프트 어스 지도 관련 비공개 대화방에 등장하고 약 한 달 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에 나돌았고,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서도 유포되는 등 대중에도 알려졌다.

툴러는 게시물과 채널 목록을 봤을 때 터그 셰이커 센트럴 서버 이용자들은 군사 유튜브 채널인 ‘옥사이드'(Oxide)의 팬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비디오게임, 음악, 종교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서버 이용자들은 몇몇 사안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특별히 지정학적이지는 않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비디오게임을 둘러싼 말다툼이 민감한 정보 유출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워 선더’는 기밀문서 유포 진원으로 악명이 높다. 이 게임 관련 대화방에서는 무기 관련 기밀 서류 유출 사례가 2020년 이후 1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0월에는 프랑스 르클레르 탱크의 세부 디자인 기밀 정보가 유출됐는데, 이 탱크의 포탑 회전 속도에 관한 논쟁에서 이기려는 한 사용자가 올린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정보기관들은 게임 커뮤니티 감시 필요성을 유념해왔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콘솔게임 ‘엑스박스’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커뮤니티를 사찰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