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고양이가 쥐와 한패 됐다”

한국 대학교수들 880명 투표…”책임·감시자가 이권 노리는 자와 한통속 현실”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이 쓴 '묘서동처' 휘호. [교수신문 제공]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이 쓴 ‘묘서동처’ 휘호. [교수신문 제공]

교수들이 올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추천위원단 추천과 예비심사단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사자성어 중 2개씩을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한 결과, 총 1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은 ‘묘서동처’가 뽑혔다고 12일 밝혔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한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한데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꼬집는다.

투표에 참여한 교수들도 비슷한 응답을 했다.

한 60대 사회학 교수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70대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을 인용해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40대 교수는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라며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이 사자성어를 골랐다고 했다.

추천된 다른 사자성어 중에서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이 그다음으로 많은 표(21.1%)를 얻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표현한 ‘이전투구’ 17.0%로 뒤를 이었다.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어리석다는 뜻의 ‘각주구검’ 14.3%)과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인 ‘백척간두'( 9.4%),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는 뜻의 ‘유자입정'(9.0%)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