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 ‘중국 바이러스’사용 금지 결의안 통과

민주당 주도로 처리…공화당은 “트럼프 비난용 결의안” 반대

연방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중국 바이러스’와 같은 명칭을 포함해 코로나19와 관련된 반아시아적 표현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17일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모든 공직자들이 반 아시아적 감정이 담긴 어떤 형태의 표현도 거부하고 혐오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아시아계에 전염병 대유행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폭력이 증가함에 따라 혐오범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결의안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대만계 미국인인 민주당 그레이스 멍 하원 의원이 발의했다.

결의안은 민주당이 찬성하고 공화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당의 노선에 따른 투표가 이뤄져 찬성 243명, 반대 164명로 확연히 갈렸다.

공화당은 이번 결의안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의안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쿵후’와 같은 비공식적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추겼다고 지적했는데, 이들 용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자주 쓴 표현들이다.

민주당 마크 다카노 하원 의원은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기고 아시아계 미국인과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며 공화당의 결의안 반대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나 중국 바이러스로 언급하는 것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에 기여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의안은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이 부정확하고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을 전하고 지도자들이 잘못된 정보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울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부터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언어적, 신체적 폭행이 급증했다. 관련 단체와 연구자들에 따르면 수천 건의 사건이 보고됐으며, 3월부터 AAPI(아태 지역출신 미국인) 혐오 신고센터에 자진 신고된 것만도 8월5일 기준 2583건이다.

신고자들은 중국인이 약 40.4%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은 15.7%로 그 뒤를 이었다. 차별 유형 중 언어적 괴롭힘과 욕설이 가장 빈번해 신고된 사건 중 약 70.6%를 차지했다.

그레이스 멍 민주당 하원의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