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오면 백신 접종해드려요”

팬데믹 틈새시장 겨냥 ‘백신 관광’ 상품 속속 출시

알래스카, 6월부터 모든 여행객에 백신 무료 접종

몰디브 국가차원 추진…’부자가 백신선점’ 논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글로벌 관광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곳곳에서 ‘백신 관광’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팬데믹(전염병의 전세계 확산)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해진 상황을 틈타 자국에서 백신 접종을 포함한 관광 패키지가 등장한 것이다. 팬데믹 전 병 치료, 성형 수술을 상품에 넣은 의료 관광이 성행했다면 이제 백신으로 대체된 셈이다.

17일 유로뉴스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여행사 ‘월드 비지터’는 러시아에서 백신을 맞고 오는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가격대가 다른 3개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모두 러시아제 ‘스푸트니크V’ 백신을 맞는 일정이 포함된다.

이 중 2999유로(약 401만원)짜리 상품은 러시아의 ‘보건 리조트’에 22일간 머무르며 관광 시작과 끝에 한 차례씩 백신을 맞는 일정이다.

오스트리아 업체 ‘임프라이젠.아트’도 최근 관광업체와 손잡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해외 백신 관광 상품을 다수 출시했다.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백신 접종을 보장한다”고 상품을 홍보한다.

관광산업 비중이 큰 몰디브는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백신을 접종해주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CNBC방송에 따르면 압둘라 모숨 몰디브 관광부 장관은 자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만간 외국인 관광객에게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몰디브는 코로나19 음성 검사 결과를 제출한 관광객에만 입국을 허용하는데, 곧 보건 당국이 백신을 맞으려는 관광객에는 무제한 입국을 허가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에선 알래스카주가 6월 1일부터 국내 다른 주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백신을 접종해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유로뉴스는 이런 관광 상품을 구매해도 실제로 백신을 맞지 못할 수 있다면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몰디브를 제외한 대다수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백신을 접종해주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고 유로뉴스는 덧붙였다. 백신을 아직 구하지 못한 빈국에 돌아갈 수도 있는 잉여 물량을 결국 부유한 관광객이 선점한다는 것이다.

유로뉴스는 “백신 여행 관광객의 ‘새치기 접종’이 개발도상국의 수급 문제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러시아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 모습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