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 코로나19 기부엔 ‘구두쇠’

“최고 부자 10명 중 3명 기부 안해…국가 위기에 지나치게 인색”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기부에 상당히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미국 최고 부호 50명의 재산과 기부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순자산은 총 약 1조6000억달러(약 1947조원)이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들의 기부액은 총 10억달러(1조2000억원) 정도로 자산의 0.1%에 그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중 약 33%는 여태껏 코로나19 관련 기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WP는 주목할 만큼 기부를 많이 한 부호는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도시 CEO는 순자산 약 36억 달러(4조3800억원)의 28%인 10억 달러(1조2000억원)를 코로나19 관련 구호 활동의 재원으로 기부했다.

빌 게이츠는 순자산 약 1030억 달러(125조4000억원) 중 약 3000만달러(365억3700만원)를 코로나19 퇴치 노력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빌 게이츠의 자산을 미국 가구의 중위자산에 해당하는 9만7300 달러(1억1850만원)로 환산하면 약 283달러(34만5000원)를 기부한 셈이라고 WP가 전했다.

이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의 기부액은 자산에 비하면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순자산 1430억 달러(174조 882억원) 중 약 1억2500만 달러(1520억원)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순자산 670억 달러(81조 5000억원) 중 5800만 달러(706억원)를 각각 기부했다.

일반 가구의 중위자산으로 환산하면 베이조스는 85달러(10만3500원), 저커버그는 84달러(10만2000원)를 기부한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뉴욕주에 의료 장비를 공급하는 데 개인 전용기를 대여해준 것 외에 공개적 현금 기부는 하지 않았다.

WP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의 여파가 부자들에겐 거의 미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인색함은 더욱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해결을 부자들의 기부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거버넌스 담당 국장은 “억만장자들은 돈이 많지만, 수조 원을 지출하는 것은 민간이 아닌 정부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