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테네시 “재소자 헐값노동 폐지” 주민투표

“재소자도 노동하면 대가 받아야” 주장…캘리포니아는 주상원서 거부돼

다음 달 중간선거 때 앨라배마와 테네시 등 5개 주에서 교도소 재소자를 상대로 한 강제노역 형벌 폐지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가 이뤄진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주민투표는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오리건, 테네시, 버몬트 주에서 각각 실시되며, 각 주 헌법에 포함된 관련 조항을 변경하거나 폐지하는 개헌안이 대상이다. 다만 내용이나 표현은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1865년에 발효된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노예제'(slavery)나 ‘비자발적 예속'(involuntary servitude)을 미국 전역에서 금지했으나, 유일한 예외로 ‘당사자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 행해지는 경우’를 적시했다.

즉, 범죄에 대한 형벌로 선고되는 강제노역은 미국 연방 헌법의 노예제 금지 조항에서 예외로 분류되며, 이에 근거해 교도소 수감뿐만 아니라 무급이나 아주 작은 대가만 지급하는 강제노역까지 포함된 ‘징역형’이 유지되는 주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소자를 교도소에 수감하기만 하고 무급 강제노역까지 부과하지는 않는 ‘단순 금고형’만 있는 주들도 있다.

NYT가 전한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5개 주 주민투표안 중 일부만 통과되더라도 법적으로 즉각적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교도소 수감자들이 강제노역을 거부하면서 다퉈 볼 근거가 생기게 된다. 이에 앞서 재소자에 대한 강제노역을 폐지하는 주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주로는 2018년 콜로라도, 2020년 네브래스카와 유타 등이 있다.

강제노역이 형벌을 선고받은 수감자는 매우 적은 돈을 받거나 아예 돈을 받지 못하고 노동을 해야 한다.

루이지애나에서 교도소에 26년간 수감돼 시간당 2센트를 받고 일했다는 레이 데이비스 2세는 NYT 기자에게 “처벌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노예로 삼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과 동료 재소자들이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밭에 나가 일했고 때로는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며, 강제노동이 너무나 괴로워서 일부러 발에 덤벨을 떨어뜨리고 독방에 감금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올해 발간된 보고서에서 미국 교도소 수감자들이 연간 20억 달러의 재화를 생산하고 90억 달러어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감자 1인이 시간당 받는 돈은 평균 13~52센트라고 추산했다.

수감자들이 하는 일은 교도소 내 세탁과 급식, 대학과 학교에서 쓰이는 책걸상 만들기, 자동차 번호판 제조 등 매우 다양하다.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를 포함한 몇몇 주들은 징역형을 받은 수감자들이 하는 대부분의 노역에 금전적 대가를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ACLU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클라우디아 플로레스 예일대 법대 교수는 수감자들이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은 교도소 자체를 운영하는 데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교도소에서 노동을 하는 수감자 중에는 이를 통해 기술을 익히며 약간의 돈도 벌고 수감 기간에 생산적 일을 한다는 점 때문에 교도소 노동을 없애지 않는 것을 바라는 이들도 많다는 게 플로레스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플로레스 교수는 수감자들이 노동을 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을 선택하는 수감자는 임금을 받고 안전한 근로환경과 적절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주 정부들이 임금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강제노역형을 폐지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올해 6월 주 상원에서 거부돼 투표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개헌이 이뤄질 경우 재소자 노동도 최저임금 조항 적용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는 주 행정부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