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일해라”…노동자 3분의 2 유급 병가 없어

저소득층일수록 유급병가 보장 못받아…상사 눈치·생계 걱정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도 노동자 3명 중 2명은 유급 휴가를 얻지 못한 채 아파도 일해야 하는 처지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다른 100여개국에서 여러 방식으로 유급 휴가를 보장하는 것과 달리 세계 최대 부국인 미국에서는 정작 노동 환경이 이들 국가보다 열악하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NYT가 언급한 통계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올해 초 내놓은 것으로, 시간제 노동자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등 병에 걸려도 아픈 채로 일터에 나간 비율이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위 25% 중에서는 유급 휴가가 있는 비율이 94%에 달했지만, 하위 25% 중에서는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정규직 노동자라고 해도 종종 보장된 유급 휴가를 쓰지 못한다고 NYT는 전했다.

미 민간 기업에서는 1년에 평균 7일 간 유급 휴가가 있는데, 2021년 대기업 조사에서는 이중 절반 정도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36세 남성 윌리엄 피츠제럴드는 4월 코로나에 걸리고도 업무를 해야했다며 “미국에서는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이런 게 아파도 일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유급 병가를 제한 없이 허용했지만 막상 자신이 코로나에 걸려 병가를 내려 해도 고객 주문 등으로 업무가 몰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직원이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상사처럼 행동하려 한다고 NYT는 짚었다.

이들 직원은 상사가 병상에 누워서도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자신도 그래야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권력층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부터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까지 코로나19에 걸려서도 재택 근무를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로 홍보한 사례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선 재단 ‘바 파운데이션’의 짐 커낼리스 회장은 코로나 기간 직원에게 병가를 내도록 독려했으며, 자신도 확진됐을 때 이메일 연락이나 회의 참석을 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병상에서 일을 하면 직원들에게 그간 강조했던 메시지가 옅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오히려 역행하는 기업도 많다.

아마존은 올해 초 유급 병가를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린다고 발표했으며, 월마트도 3월 말 확진자 대부분에게 주던 코로나 특별 병가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에서는 확진자가 기존처럼 연차나 병가를 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