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부모 대신 패스트푸드서 일하는 학생들”

온라인 교육 받지만 일부는 중퇴…흑인 및 라티노 많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이 늘었다.

AFP 통신은 8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초래한 보건 및 경제 위기가 일부 10대 청소년들을 아르바이트로 내몰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부터 미국에서 부모의 실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학생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탓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많은 교사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일하는 고등학교 학생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고교생 토지는 지난해 부친이 실직한 뒤 16세에 불과한 나이에 가족을 위해 워싱턴 교외의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도 챙기느라 쉴 틈이 별로 없다.

토지는 빡빡한 일상에 대해 “진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로스앤젤레스의 고교생 조한나(17)도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일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그녀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만 쉬고 때로는 자정까지 일하고 있다.

음악 치료사가 되고 싶다는 조한나는 힘든 일상에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계속 병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등교가 한동안 중단되고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의 학업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컸다.

또 화상수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학생이 불안감과 의욕 저하에 고통을 받았다.

여기에 부모 실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학업 중단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워싱턴 내 고등학교의 한 영어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이 이미 중퇴했지만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중퇴한 많은 청소년은 매우 부끄러워한다”며 “그것(중퇴)은 그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몰린 청소년 중 일부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법률상 학생은 학기 중 주당 최대 20시간 일할 수 있지만 많은 학생이 매주 35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당국이 패스트푸드 식당 등의 업주들이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것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에서 학생들의 학업 포기가 인종 간 불평등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앤젤레스의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는 엘머 G. 롤던 씨는 중퇴 위기의 학생들은 대부분 팬데믹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는 흑인이나 라틴아메리카 출신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25일 캘리포니아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졸업식 복장을 착용한 학생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