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사기극 테라노스 CEO “남자친구 탓”

재판 앞두고 사기 혐의로 같이 기소된 남자친구에 화살…”학대하며 통제”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의 설립자 겸 CEO였던 엘리자베스 홈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의 설립자 겸 CEO였던 엘리자베스 홈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의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가 전 남자친구인 같은 회사 임원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을 펼칠 것 같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WSJ은 최근 제출된 법원 서류를 인용해 곧 시작할 재판에서 홈스가 남자친구였던 테라노스의 전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라메시 ‘서니’ 발와니와 10년간 학대당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발와니가 자신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와니는 법원에 낸 서류에서 학대 행위를 벌였다는 주장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정보기술(IT) 업계 베테랑 임원인 발와니는 홈스보다 약 20년 연상으로, 홈스가 스탠퍼드대학 학생일 때 서로 알게 됐다. 이후 테라노스에 임원으로 합류했고, 둘은 이사회나 직원들에게 비밀로 한 채 은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테라노스의 전 사장 겸 COO 라메시 발와니.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라노스의 전 사장 겸 COO 라메시 발와니.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벤처 기업은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몇 방울의 혈액만으로 각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의료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미모를 갖춘 홈스는 금발 여성이 드문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으로 성공한 스타로 떠올랐고,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한때 90억달러(약 10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홈스가 주장한 진단 기술이 사실상 허구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회사의 가치는 ‘0’으로 추락했고 결국 청산됐다.

홈스와 발와니는 모두 투자자와 환자들을 상대로 사기·공모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두 사람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와니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그가 모든 것을 통제했다는 홈스의 주장은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WSJ은 홈스에 대한 공판을 며칠 앞두고 드러난 학대 주장이 홈스의 변호인이 세우고 있는 전략을 처음으로 엿보게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