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종업원, 계부 몰래 쪽지 써서 학대소년 구출

플로리다주서, 11세 소년만 음식 안 시켜줘 의심…온몸에 멍까지

계부 아동학대 등 혐의 기소…배심원단, 모든 혐의 대해 유죄평결

식당 여성 종업원의 예리한 관찰력과 기민한 대처로 계부에 의해 학대받던 소년이 구출된 사건(본보 단독기사 링크)과 관련, 소년의 계부가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9일 CNN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의 6인 배심원단은 11세 소년을 학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소년의 계부 티모시 윌슨(36)의 2건의 아동 감금, 3건의 무기를 이용한 가중폭행, 4건의 아동학대 등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지난해 1월 1일 올랜도 ‘미세스 포테이토’ 식당의 종업원 플라베인 카발로(Flavaine Carvahlo)는 새해 첫날 외식을 나온 손님들을 상대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테이블만 남게 됐을 때 커발로는 가족의 미심쩍은 모습을 보게 된다. 카발로씨는 “엄마로서 식당에 가서 자녀의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을 관찰하던 카발로씨는 소년의 얼굴과 팔을 살펴보고 순간적으로 상황을 짐작하게 됐다.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있던 소년의 눈썹 사이에는 큰 상처가 있었고 팔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기 때문.

카발로씨가 적은 “도움이 필요하니?”사인./twitter

카발로씨는 종이에 “너 괜찮니(Are you OK?”라고 써서 소년은 볼 수 있지만 소년의 부모에게는 보이지 않는 쪽 부스로 이동해 소년에게 종이를 들어 보였다. 소년은 부모 몰래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카발로씨는 “소년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카발로씨는 곧 다른 종이에 “도움이 필요하니?(Do you need help?)?라고 써서 소년에게 보여줬다. 소년은 잠시 주저한뒤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카발로씨는 식당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고, 주인의 조언에 따라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식탁에서 계부인 티모시 윌슨을 체포했다.

경찰관들과의 인터뷰에서 소년은 “의붓아버지가 주먹과 빗자루, 등긁개(Back scratcher) 등으로 마구 때렸다”면서 “때로는 문틀에 발목을 묶어 거꾸로 매달아 벌을 줬고 가구를 옮기는 데 쓰는 돌리(dolly)에 묶어 놓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벌을 준다며 음식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년은 또래보다 20파운드나 체중이 덜 나갔다.

플라베인 카발로씨/GoFundMe

경찰관이 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보라고 하자 소년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으며 확인 결과 온몸에 멍이 들어있어 조사관을 놀라게 했다. 올랜도 경찰 관계자는 “만약 그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질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학대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소년의 몸 곳곳에선 시차를 두고 생겼다 아무는 흉터가 발견됐다. 몸무게는 또래 평균보다 9㎏이나 적었다.

한편 소년의 어머니 크리스틴 스완도 학대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체포된 티모시 윌슨과 크리스틴 스완/Orlando Police Depar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