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듀얼 모터로 동력 성능 높여…뒷좌석 공간은 다소 타이트한 느낌

최대 주행거리 427㎞…i-페달 모드로 가속 페달만으로 감속·정차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촬영 장하나]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마침내 브랜드 첫 전기차인 ‘G80 전동화 모델'(이하 G80)을 선보이며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G80은 테슬라 모델 S, 메르세데스-벤츠 EQS 등 수입차 위주의 고가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열린 제네시스 미디어 시승회에서 G80을 몰고 스타필드 하남에서 가평의 한 호텔까지 왕복 약 84㎞ 구간을 주행했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의 히든 파팅 전면 충전구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의 히든 파팅 전면 충전구 [촬영 장하나]

다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한 탓에 실내 공간이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았다.

G80은 동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최대 출력 136kW, 최대 토크 350Nm의 힘을 발휘하는 모터를 전륜과 후륜에 각각 탑재했다. 이를 통해 합산 최대 출력 272kW(약 370PS), 합산 최대 토크 700Nm(71.4kgf·m)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갖췄지만, 모터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뒷좌석에 앉으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다소 타이트하게 느껴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해 실내 공간의 활용도를 강조하는 것이 최근 전기차 시장의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차급 자체가 다르지만 ‘움직이는 거주공간’을 내세운 아이오닉 5는 전장 4635㎜, 전폭 1890㎜, 전고 1605㎜, 축간거리 3000㎜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상의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전기차답게 시동은 별다른 소음이나 진동 없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걸렸다. 핸들링은 꽤 묵직해 초반에는 특히 다소 뻑뻑하게 느껴졌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제공]

출발 전 화면으로 확인한 주행 가능거리는 398㎞(에코 모드 기준)였다.

G80은 87.2kW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27km(산업부 인증 수치)를 주행할 수 있으며, 이는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WD의 산업부 인증 기준 최대 주행거리(429㎞)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행 도중 스티어링 휠의 패들 쉬프트로 ‘i-페달’ 모드를 작동했더니 일반 주행시보다 가속 페달에 묵직하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i-페달 모드를 작동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따로 밟지 않아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감속과 정차를 할 수 있다.

초반에는 i-페달 모드가 익숙하지 않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줄어드는 속도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점차 익숙해지자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해 오히려 운전이 수월했다.

주행시 정숙성이나 가속력, 승차감 등은 굳이 흠 잡을 데가 없이 우수했다.

목적지까지 38.3㎞의 거리를 주행했지만, 실제 도착해 확인한 주행 가능거리는 381㎞로, 출발 당시와 비교해 17㎞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된 차량을 살펴본 뒤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가려고 시승 차량으로 돌아와 주행 가능거리를 확인하니 그 사이에 368㎞로 줄어있었다. 주최 측에서 내비게이션 경로를 새로 설정하며 시동을 켠 채로 놔둔 18분 사이에 13㎞가 줄어든 셈이다. 에어컨이 22도로 설정된 채 가동 중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돌아올 때는 45.4㎞를 주행했지만 마지막에 확인한 주행 가능거리는 29㎞가 줄어든 339㎞였다.

G80에는 전방 교통 흐름과 운전자의 감속 패턴,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회생 제동량을 자동 조절, 전비 향상을 돕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 2.0’이 탑재돼 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경춘북로 등을 오가며 시승을 마친 뒤 기록된 전비는 6.3km/kWh로, 제네시스가 공식적으로 밝힌 G80의 복합전비(4.3km/kWh)보다는 높게 나왔다.

G80 전동화 모델에 탑재된 솔라루프
G80 전동화 모델에 탑재된 솔라루프 [제네시스 제공]

G80은 태양광을 이용해 차량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솔라루프’를 통해 하루 평균 730Wh의 전력을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시승 차량에는 솔라루프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충전 능력은 확인할 수 없었다. 솔라루프는 선택 사양(140만원)이다.

G80의 가격은 8281만원(전기차 세제 혜택 반영 및 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7000만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억원이 넘는 벤츠 더 뉴 EQS와 테슬라 모델 S 등 다른 럭셔리 전기차와 비교하면 그나마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