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방의회 개원…상·하원 권력분점에 충돌 예고

하원 다수당 공화 “새 방향 갈 때”…’바이든표 정책’ 뒤집기 시동

민주, 상원서 하원 견제…2024년 대선 앞두고 정책·메시지 대결’

한국산 전기차 차별’ IRA 개정·입법 통한 북핵 대응 논의도 주목

연방 의회 (CG) [연합뉴스TV 제공]
제118대 미국 연방의회가 3일 개회됐다.

2025년 1월초까지 2년이 임기인 이번 의회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같이하게 된다.

특히 이번 의회는 하원 주도권이 야당인 공화당에 넘어가면서 의회 권력이 여야간 분점 형태로 변화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213석을 확보했으나 버지니아 4선거구 출신인 도널드 맥이친 의원이 사망(올 2월 보궐선거 진행)하면서 212석이 됐다.

공화당이 하원의장을 비롯해 하원 권력을 차지하게 된 반면, 상원은 여전히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친민주당 성향인 무소속을 포함해서 모두 51석을 확보(공화당 49석)하면서 117대 의회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상원을 이끌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었던 117대 의회와 달리 이번 의회부터는 의회 권력 분점이 이뤄지면서 핵심 이슈에 대한 양당간 강한 대립이 예상된다.

특히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하원 권력을 활용한 공화당의 바이든 정부에 대한 집중 견제와 공세가 있을 전망이다.

당장 공화당은 ▲ 경제정책 ▲ 이민 정책 및 국경 문제 ▲ 낙태 문제 등에서 행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관련 의혹 및 정부에 대한 조사를 공언한 상태다.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0일 동료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국민은 (작년) 11월 8일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할 때라고 결정했다”고 중간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생활비 급등, 지역 사회에서의 폭력범죄 폭증에 따른 우려, 치솟는 난방비, 국경 위기 악화 등으로 지난 2년은 근면한 미국 국민에게 힘든 시기였다”며 “118대 의회에서 법안 처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해 ‘바이든표 정책’에 대한 뒤집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먼저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법안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미국 국세청(IRS) 지원 내용이다.

공화당은 이 예산으로 8만7천명의 국세청 직원을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해당 지원을 무효로 하겠다며 제동을 걸 것임을 공언한 상태다.

증세문제를 비롯해 IRA 상의 다른 규정도 공화당의 개정 추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문제도 같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경제 입법 성과로 IRA를 부각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전기차 문제 자체가 IRA 관련 핵심 사항은 아니라는 점은 변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법 개정이 쉬운 것이 아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도 배터리 광물 규정 등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기 때문에 새 의회에서도 계속 법 개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또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강하게 낼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국경 관리 실패 등의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또 법무부 및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 기관이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며 사법 당국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관련 특혜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상임위의 정부 감독 권한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문제와 관련해서는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공화당은 미군 철수 결정 이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예상외로 조기에 탈레반에 정권을 빼앗긴 데 대해 ‘정보 실패’라고 비판하면서 철수 과정에 미군 등을 위험에 빠트린 경위를 파악해 책임자를 추궁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안보 및 경제 지원도 하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위주로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공화당 내에서도 ‘백지수표식 지원’은 불가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중국 및 대만 문제, 북한 문제 등 다른 외교 정책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간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대외 정책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강경하고 선명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방향성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을 통한 경제적 조치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 확대 등을 통한 안보적 조치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지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확장억제 강화 등의 조치에 대해 의회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여서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의회에서는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명시한 국방수권법안이 처리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 국면이 지나서 대화 국면으로 한반도 정세가 변화할 경우 이런 흐름에 대해 공화당에서 견제에 나설 수도 있다.

앞서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텍사스) 하원의원과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크 로저스(앨래버마) 하원의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지난해 11월 성명을 내고 “불량한 김정은 체제는 바이든 정부의 유약함과 중국 공산당의 제재 회피 지원으로 기회를 얻고 있다”면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하원에서 바이든표 정책 뒤집기를 시도해도 실질적으로 입법화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협조를 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벽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뒤 연방 의회 차원에서 낙태 금지법을 처리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들이 하는 것은 다 거부(veto)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118대 의회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2024년 대선을 앞둔 미국 여야의 정책 대결, 메시지 대결로 귀결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