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 아래서 시험대 오른 견제와 균형의 정치 전통
미국이 새해를 맞아 건국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향해 가는 가운데, 미국 민주공화정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의 정치 시스템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76년 독립선언을 통해 근대 세계 최초의 민주공화정을 출범시킨 미국은 삼권분립과 연방제, 피통치자의 동의에 기반한 정부 운영이라는 원칙을 제도화하며 이후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델이 돼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이 같은 전통이 내부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첫해부터 행정명령을 전례 없는 속도로 쏟아냈다. 관세 정책, 이민 단속, 예산 집행 방식 등 주요 정책이 의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추진되면서, 의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발동된 행정명령은 220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행정부 권한의 과도한 집중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의회 승인 예산의 집행 보류와 삭감 조치가 반복되면서, 지난해 가을에는 43일간 지속된 사상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발생했다.
사법부와의 갈등 역시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에 대해 항고와 효력 정지 요청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일부 판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법 독립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방제 질서 역시 긴장 상태에 놓였다. 불법 이민과 범죄 대응을 명분으로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州)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거나, 주 정부 정책에 반발해 연방 예산 지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에 반발한 다수의 주 정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면서, 미국 사회 내부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 전역에서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로 불리는 반트럼프 집회가 수차례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통령 권한의 집중과 제도 무시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민 행동이 미국 정치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자정 작용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치의 향방은 결국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식 정치가 더 강한 동력을 얻을지, 아니면 의회를 통한 견제가 복원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건국 25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민주공화정의 제도적 회복력이 입증될지, 아니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에 국제 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DC 내셔널몰 박람회를 비롯해 대규모 행사와 스포츠 이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념행사의 화려함보다,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 모습이 더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