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쿠오모…한인 주의원 ‘뚝심’ 주목

론 김 하원의원, 요양원 코로나19 통계 은폐 용기있게 지적

주의회 상원의장 “정부 업무 흐트러지지 않도록 물러나야”

쿠오모 “정치적 주장에 사임하지 않아…수사 지켜봐 달라”

뉴욕주 의회 지도부가 여성 참모진 성희롱 추문에 휩싸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사임을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여성 정치인인 안드레아 스튜어트-커즌스 상원의장은 성명에서 “주 정부가 업무를 하는 데 초점을 흐리는 새로운 주장이 매일 나오고 있다”라며 “업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쿠오모 주지시가 사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같은 당 소속의 주 의회 지도자까지 쿠오모 지사의 퇴진을 촉구함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지금껏 쿠오모 지사의 사퇴를 요구한 주 정부 지도부 가운데 스튜어트-커즌스 의장이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008년 민주당 소속의 엘리엇 스피처 당시 주지사가 매춘 의혹에 휩싸여 퇴진할 때도 뉴욕주 의회의 지지를 잃은 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에도 만약 쿠오모 지사 탄핵안이 주 의회를 통과한다면 스튜어트-커즌스 의원이 이끄는 상원이 배심원 역할을 하게 된다.

민주당 칼 헤스티 뉴욕주 하원의장도 성명에서 “주지사가 뉴욕주를 이끌고 갈 능력이 될지 우려가 든다”라며 “쿠오모 지사가 뉴욕주 시민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헤스티 하원의장의 성명은 쿠오모 지사가 새로운 성희롱 폭로 두 건이 더 제기된 후 사퇴 요구를 일축한 이후 나온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과 관련, 쿠오모 주지사의 요양원 사망자 통계 은폐를 초기부터 지적했던 한인 론 김 주하원의원(민주)의 용기있는 행동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론 김 의원이 쿠오모 주지사의 정직하지 못한 코로나 대응을 정면에서 비판한 뒤 막강한 권력의 주지사로부터 갖은 협박과 공격을 받았지만 굳건하게 버텼다”면서 “쿠오모는 미국 정치권력의 로얄패밀리 출신이고 민주당내 차기 대권에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거물이어서 처음 론 김이 쿠오모의 거짓과 허위를 폭로하고 나섰을 때 정말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게 보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일부에선 주지사와의 갈등을 말리기까지 했지만 자기 지역구 주민들이 결정적인 피해를 본 것을 외면할수가 없다며 용기를 잃지 않았다”면서 “론 김 의원의 용기에 힘을 얻어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이 공개적으로 폭로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뉴욕의 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이 지역구인 론 김 의원은 뉴욕에서 청과상을 하는 부모 밑에서 그 일을 도우면서 1세대의 고난과 한인커뮤니티의 아픔을 나누며 성장했다.

한편 쿠오모 주지사는 영상 기자회견에서 “나는 뉴욕 시민의 투표로 뽑혔지 정치인이 뽑은 게 아니다”라며 “의혹 제기 때문에 업무를 소홀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사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오모 지사는 언론 참모였던 캐런 힌튼이 지난 2000년 쿠오모 지사가 호텔 방에서 자신을 강제로 포옹했다는 7일 폭로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던 인물”이라며 “여성 누구나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으나, 사실 여부도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도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뉴욕시민에게 수사 당국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쿠오모 지사의 성 추문과 함께 요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축소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도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NYT가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주의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쿠오모 지사에게 부여했던 광범위한 긴급 조치 권한을 축소했다.

론 김 뉴욕주 민주당 하원의원[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