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땅에도 인종평등의 빛은 비치는가?”

LA 흑인가족, 빼앗긴 2천만불 조상 땅 100년 만에 되찾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가 흑인 브루스 가문에 반환한 부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가 흑인 브루스 가문에 반환한 부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한 흑인 가족이 과거 인종차별 정책으로 빼앗겼던 조상 땅을 거의 100년 만에 되찾았다.

29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LA 카운티는 맨해튼비치 내 알짜 부지를 흑인 브루스 가문의 상속자들에게 반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이 땅은 1920년대 맨해튼비치 시(市) 당국이 강제 수용 절차를 통해 흑인 부부 찰스, 윌라 브루스로부터 빼앗은 부동산이다.

하지만, 백인 주민들과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은 브루스 부부에게 인종차별적인 위협을 가했고 시의회는 백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1924년 ‘브루스 비치’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이 부지를 몰수했다.

이후 이 땅은 LA 카운티로 소유권이 넘어가 구조요원 훈련 본부와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정당한 소유권자인 흑인 후손들에게 이 부지를 돌려줘야 한다며 현지 시민단체들이 2년 전부터 반환 운동에 나섰고, LA 카운티는 이를 수용해 브루스 가문 상속자들에게 이 땅을 돌려주기로 했다.

LA 카운티 행정 책임자 재니스 한 슈퍼바이저는 “1세기 전 브루스 부부를 상대로 저지른 부당한 행위를 결코 만회할 수 없고 과거를 바꿀 수도 없지만, 이번 조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카운티는 브루스 가문 후손들에게 소유권을 돌려주고, 구조대원 훈련 시설 등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 2년 동안 이 땅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운티가 브루스 가문에 지급하는 연간 임대료는 41만3000 달러다.

브루스 가문 대변인은 성명에서 “잃어버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의 범죄 행위와 가족에게 가해진 테러를 기억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정의를 향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