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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그리스도의 군사’ 살인 등 핵심 혐의 대부분 기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에릭현, 이지현, 이가원, 이준현, 이준호./Gwinnett County Police

판사 “기소장 구체성 부족”…허위감금만 유지, 검찰 항소로 사건 장기화

귀넷카운티에서 발생해 한인사회에 충격을 줬던 이른바 ‘그리스도의 군사(Soldiers of Christ)’ 관련 살인 사건이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23일 AJC에 따르면 귀넷카운티 고등법원이 지난 16일 용의자 6명에 대해 살인과 조직범죄(RICO) 등 핵심 혐의를 기각하면서 사건의 법적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타멜라 애드킨스 판사는 아준현, 이준호, 아준영, 이미희, 이가원, 이현지 등 6명에 대해 조직범죄(RICO), 중범죄 살인, 타인의 사망 은폐, 증거 인멸 등 4개 혐의를 기각했다.

애드킨스 판사는 기소장이 각 피고인이 어떤 행위로 어떤 법 조항을 위반했는지를 충분히 특정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허위감금 혐의는 모든 피고인에 대해 유지됐다.

가족 지인인 에릭 현은 당초 함께 기소됐으나 2024년 10월 사건이 분리됐으며, 이씨 가족 사건이 종료된 이후 별도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귀넷카운티 검찰은 이 사건이 로렌스빌에 거주하던 어머니 이미희의 아들 준호, 준영, 준영과 이들의 사촌 이가원, 준호의 여자친구 이현지 등이 33세 한국 국적 여성 조세희씨를 종교 단체 가입을 명목으로 귀넷카운티로 유인해 감금하고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해 왔다.

기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미국 도착 직후 피고들에게 휴대전화와 지갑, 의복을 빼앗겼으며, 로렌스빌 주택의 지하실에 감금된 상태에서 구타와 굶주림으로 숨졌다.

조 씨의 시신은 2023년 9월 12일 둘루스 지역 제주 사우나 외부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담요에 싸인 채 발견됐다. 당시 피해자의 체중은 약 70파운드로 확인됐다.

검찰은 장남 이준호가 2022년 11월 소규모 종교 조직 ‘그리스도의 군사(Soldiers of Christ)’를 결성하고 주도했으며,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축복을 받았다고 믿고 조 씨를 포함한 12명의 제자를 두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RICO 혐의와 관련해 기소장에 열거된 17개의 행위가 실제로 어떤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애드킨스 판사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장이 피해자가 ‘외인성 유발 생리적 스트레스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만 기재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사망 원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는 피고인들이 방어 전략을 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사망 은폐와 증거 인멸 혐의 역시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귀넷카운티 검찰청은 즉각 판결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팻시 오스틴 갯슨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조지아주 대법원에서 사건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가족 측 변호인단은 항소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건과 무관한 다른 변호사들은 AJC에 애드킨스 판사의 결정이 검찰이 이 사망 사건을 ‘종교 조직’과 연결시키는 데 있어 입증 구조상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티파니 애덤스(Tiffany Adams) 변호사는 AJC에 “변호인 측이 지적했듯이 검찰이 나열한 것 중 일부는 혐의로도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것은 범죄조차 아니다. 불법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것이 조직범죄 활동의 패턴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RICO 사건 전문가인 수리 차다 히메네즈(Suri Chadha Jimenez)변호사는 AJC에 “검찰이 RICO 혐의를 제기할 때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으려는 경향을 반복적으로 봐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글쓰기’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보다, 기소 초기 단계에서는 단순하고 핵심적인 사실로 구성해도 충분히 기소가 유지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처럼 피고인들이 ‘디머러(demurrer)’를 제기하면 판사가 배심원 심리 이전에 기소 내용이 법적으로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혐의를 기각할 수 있다. 조지아주 형법에 따르면 디머러는 검찰의 기소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정식 재판에 앞서 먼저 다투는 절차다.

지메네즈는 “디머러가 인용돼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기각되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라면서 “이는 판사가 ‘검사가 기소장을 쓸 줄 모른다’고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두 변호사는 모두 검찰이 재기소(re-indict)를 통해 기소장의 문제를 수정할 기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히메네즈는 “변호인 입장에서 유리한 점은 이 결정이 검찰을 수세로 몰아넣는다는 것이지만 검찰이 사건을 다시 평가하면서 ‘RICO는 증거가 부족하니, 남아 있는 혐의로만 가자’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같은 혐의로 재기소했다가 새 기소장도 다시 기각될 경우, 조지아주 법에 따라 3번째로는 동일 혐의를 다시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살인 사건은 미국 내 한국어권 언론에서도 널리 보도되었고, 특히 귀넷카운티에 거주하는 조지아주 한인들 사이에서

이 사건은 귀넷카운티를 중심으로 한 조지아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사건 발생 지역은 한인 상권과 주거지가 밀집해 ‘남부의 서울’로 불리는 곳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 모두 한국 국적 또는 한인이라는 점에서 한인사회 내부의 충격과 불안이 컸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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