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애벌레’ 쓴 그림동화 거장 에릭 칼 별세

향년 91세…”희망에 관한 책…누구든 날개 펼칠 수 있어”

30대 후반에 늦깎이 데뷔 후 동화책·그림책 70여권 남겨

'배고픈 애벌레' 쓴 미국 동화작가 에릭 칼 91세로 숨져
‘배고픈 애벌레’ 쓴 미국 동화작가 에릭 칼 91세로 숨져 [AFP=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동화 ‘배고픈 애벌레’를 쓴 미국 작가 에릭 칼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1세.

칼의 유족은 칼이 23일 매사추세츠주 노샘프턴에 있는 작업실에서 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A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6일 보도했다.

칼의 대표작은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배고픈 애벌레는 당초 책벌레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가 편집자 권유를 통해 지금과 같은 이야기로 탈바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은 1994년 NYT 인터뷰에서 “배고픈 애벌레는 희망에 관한 책”이라며 “누구든지 성장하고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칼은 ‘나랑 친구 할래?'(Do You Want to Be My Friend?, ‘머리부터 발끝까지'(From Head to Toe) 등 작품 70여 편을 통해 간단한 단어와 밝은 색상으로 세계관을 그려냈다.

칼은 1999년 문학상 ‘리자이나 메달’, 2003년 아동문학상 ‘로라 잉걸스 와일더상’을 받았다.

지난 23일 91세 일기로 숨진 미국 동화작가 에릭 칼
지난 23일 91세 일기로 숨진 미국 동화작가 에릭 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칼은 1929년 6월 뉴욕주 시러큐스로 이주한 독일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는 6살이 됐을 때 향수병을 호소하던 어머니 요하나의 고향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돌아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아버지 에리히는 군에 징집됐다가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가게 된다.

칼 자신도 15살이 되던 해 군대에 끌려갈 뻔했지만, 독일-프랑스 국경에 있는 요새 ‘지크프리트선’의 참호작업에 동원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는 이러한 경험 때문에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칼은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예술을 공부하던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를 1950년 졸업했고, 2년 뒤 뉴욕으로 다시 건너가 NYT에서 삽화를 그리거나 광고 디자인을 만들면서 생활했다.

독일로 돌아가 제2기갑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온 칼은 1963년 NYT를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했으며, 이때 작가이자 교육자인 빌 마틴 주니어를 만나 작가의 길로 입문하게 된다.

칼은 1967년 ‘갈색곰아, 갈색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로 데뷔했는데, 당시 나이 38세였다.

칼은 1953년 첫 번째 결혼식을 올렸으나 10년 만에 이혼했으며, 이후 두 번째 아내 바버라 모리슨을 만나 1973년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2002년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 ‘에릭 칼 그림책 박물관’을 건립했다.

배고픈 애벌레와 함께, 에릭 칼
배고픈 애벌레와 함께한 에릭 칼 [에릭 칼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