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추진했던 ‘영웅 정원’ 폐기

인종차별 반대 시위 도중 ‘동상 손괴자 우선 처벌’ 명령도 철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영웅’ 정원 구상을 폐기했다.

14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립 영웅 정원 구상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막바지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 대응해 내린 몇몇 명령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인 지난해 7월 미국 독립기념일 전야제 행사에서 미국의 영웅들을 지키겠다며 정원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시위 과정에서 일부 위인들의 조각상이 파괴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인 1월18일 공원 조성을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정원에는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을 비롯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복음주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 역사적 인물뿐 아니라 미국의 대표적 TV 퀴즈쇼 ‘제퍼디’의 진행자 알렉스 트레백,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등의 동상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의 트럼프 정부 시절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탄압 노선과 단호한 결별 의지를 재확인하는 상징적 조치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종 차별 반대 시위를 ‘무정부주의, 좌파 극단주의’로 규정, “우리는 충실하게 미국의 역사를 지키길 원한다. 결코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인종 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 조각상을 망가뜨린 이를 우선 처벌하라는 행정 명령도 함께 철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방위적으로 ‘트럼프 지우기’를 서둘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사이의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했고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송유관 사업도 중단 입장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를 중단했고 유엔인권이사회에도 복귀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발행이 중단된 기후 변화 보고서 발간을 재개했고, 이민자 가족 재결합 역시 다시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