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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세상] ‘부부, 우리는 대화하는가?’

paul 1 month ago (Last updated: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부부란 축복이면서 이따금 재앙이다.

현대사회에서 부부는 상호 ‘의지로 맺어지는’ 관계이므로, 축복일 경우 그 사랑은 넓어지지만, 재앙으로 변할 땐 그 원한이 예측불허가 된다.

부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많다. 먼저 볼 그림은 노르웨이의 화가, 리카르드 베르그(1858~1919)가 그린 ‘북유럽의 여름 저녁'(1900)이다.

'북유럽의 여름 저녁'
‘북유럽의 여름 저녁’ 예테보리 시립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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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제목이나 설명에서 ‘부부’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부부로 판단하는 이유는 두 사람의 자세와 시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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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팔짱을 낀 채 짝다리를 하고 있고, 여자는 뒷짐을 지고 어깨와 가슴을 한껏 펴고 있다. 마주보기는커녕 둘 다 시선을 멀리 두고 있으니, 이는 의견 차이와 갈등이 시작된 부부가 벌이는 전형적인 기 싸움의 모습일 뿐 사랑을 나누거나 ‘썸 타는’ 태도로는 보기 어렵다.

갈등이나 반목은 어떤 사이에서건 흔한 일이다. 숙제는 그것을 어떻게 푸는가 하는 점이지, 왜 생겼는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다행히 강에 작은 배가 한 척 있다. 발코니를 벗어나 그 배를 타고 저녁 바람을 맞으며 대화하라는 신호로 읽힌다.

문제는 누가 먼저 배를 타자고 제안하는가 하는 점이다. 둘 중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닫힌 사람이 해야 한다. 아무도 안 한다면? 다음엔 필시 등을 지고 설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칭하는 단어로 ‘배우자’가 있다. 배우자에서 ‘우(偶)’는 ‘짝’이라는 뜻 이외 ‘허수아비’라는 의미도 있다.

이 부부도 시선을 맞추고 웃으면 계속 짝으로 남을 것이고, 등을 진다면 서로에게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부부의 모습은 앙리 마티스(1986~1954) 작품이다. 앙리 마티스는 많은 색을 쓰지 않지만, 예상하지 못한 색을 사용하면서 탄성을 자아낸다.

이 그림은 색보다는 내용이다. 마티스가 1912년 전후에 그린 ‘대화’라는 작품이다.

'대화'
‘대화’ 에르미타슈 박물관 소장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보고 있다. 남자는 서 있고 여자는 앉아 있다. 남자는 파자마 같은 줄무늬 옷을, 여자는 검정 홈드레스를 입었다.

표정의 묘사로 볼 때 대화라기보다는 대결 같다. 두 사람의 자세도 도전적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창밖의 풍경은 아늑하고 싱그럽지만, 대화를 단절시키는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영역에 대한 경계처럼 느껴진다.

창밖 풍경 오른쪽의 파란색은 집 안 파란색 벽지와 바로 이어져 오히려 폐색감을 높인다.

다만 위에서 본 ‘북유럽의 여름 저녁’과 달리 이 둘은 시선을 맞추고 있다. 둘의 대화가 그다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서 있는 남자가 곧 다가설 것 같기도 하다.

대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말의 품격이지만, 거리도 중요한 척도다. 너무 다가가도 좋지 않고, 조금 멀어도 허공이 된다. 적절한 거리는 말을 나누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이 그림에선 둘의 간격이 조금만 좁혀져도 남자는 주머니에서 손을 뺄 것 같고, 여자는 웃을 듯하다.

두 그림의 차이와 별개로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대화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말을 건네지 않는 부부나 가족이 적지 않다.

이 그림들을 통해 돌아본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에서, 적합한 언어로, 적절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는가?

도광환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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