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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세상] 그들이 노려보는 것은?

paul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렌바흐 가족의 초상
렌바흐 가족의 초상 뮌헨 렌바흐 하우스 소장

 

한 가족의 초상화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자세가 심상치 않다. 왜일까?

가족이 한데 모여 사진을 찍는 장면을 그린, 독일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1836~1904)의 ‘렌바흐 가족의 초상화'(1903)다. “네가 사진기라는 물건이라고? 우릴 한 번 찍어 봐. 자, 다들 눈을 부릅떠!”

1836년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가 처음으로 근대 사진술로 촬영에 성공한 이후, 사진술은 폭발적인 수준으로 대중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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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등장에 일차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이들은 화가였다. 주 수입원이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찍힌 자기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장시간 화가 앞에 앉아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렌바흐 가족이 적대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을 초상화로 남긴 건 유머일 수도 있으나, 대결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이름난 초상화 전문 화가였다.

다른 생각도 든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무리 사진이 신기하고 대세가 되고 있지만, 그림이 우월한 거야!”

실제로도 그랬다. 사람들은 이내 사진이 잡아내기 힘든 내면의 그 무엇을 그림으로는 능히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재현’에 능숙한 사진과는 달리 그림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깊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바흐와 비슷한 시기의 화가, 후기 인상주의 폴 세잔이 그린 초상화,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1899)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 프티 팔레 소장

 

초상화를 넘어 풍경화 등에서도 사진은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로 인상주의다.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서양미술사'(1950)를 쓴 언스트 곰브리치도 인상주의 등장과 발전에 사진술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가 그린 연작, ‘건초더미'(1891년 15점 첫 전시)를 한데 모아보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변화에 미세하게 달리 보이는 대상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사진으로 포착한 듯한 감성이 드는 작품이다.

건초더미 연작
건초더미 연작

사진은 궁극적으로 ‘빛을 찍는 일’이다. 빛이 있으므로 대상을 볼 수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인상주의가 빛을 절묘하게 드러냄으로써 색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됐다. 그건 빛과 색의 호환이 주는 해방감이다.

작가 김훈이 한 소설에서 쓴 문장은 빛과 색에 대한 정의 같다. “부서져서 흩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그것을 빛 또는 색이라고 부르겠다.”

사진과 그림은 구별되는 점도 많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처음엔 ‘재현’의 가치를 중요시했으나, 점점 ‘표현’의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는 것 이면의 ‘그 무엇’을 각각의 수단으로 ‘표현하려는 의지’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렌바흐 가족의 모습을 다시 사진으로 보자. 그림과 사진의 차이, 어떤가?

렌바흐 가족의 사진
렌바흐 가족의 사진 뮌헨 렌바흐 하우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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