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서 무릎 떼라”…플로이드 첫 추모식 엄수

“흑인 목 누르고 있어 성장할 수 없어”…곳곳에서 8분 46초 ‘침묵 애도’

백인 경찰관한테 목을 짓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영면을 기원하는 첫 추모식이 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렸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내셔널엑션네트워크'(NAN) 주최로 열린 추모식에는 유족과 함께 흑인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서 킹 3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미네소타주가 지역구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등 인권운동가와 지역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TV와 인터넷으로도 중계됐다.

NAN 설립자로 추모식을 주관한 앨 샤프턴 목사는 추모사에서 “당신(백인)들이 우리(흑인)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기에 우리는 400년 전부터 우리가 원하고 꿈꾸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면서 “이제 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일어나 (백인을 향해) 우리 목에서 무릎을 치우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로이드에게 “우리는 계속 행진할 것”이라면서 죽음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샤프턴 목사는 추모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8분 46초간 침묵한 뒤 “플로이드가 쓰러져있던 시간이 이렇게 길었다”고 말했다. 8분 46초는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한테 목을 짓눌려있던 시간이다.

유족들은 “모두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원하듯 우리도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원한다”면서 평화 시위를 거듭 당부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벤저민 크럼프는 “우리는 백인과 흑인에 따로 적용되는 두 가지의 사법제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플로이드가 잠든 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노스센트럴대학은 시민들이 기부한 5만3000달러로 흑인 청년을 위한 플로이드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추모식은 플로이드의 생전 발자취를 따라 9일까지 3개 도시에서 잇따라 열린다.

6일에는 플로이드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퍼드에서, 8일에는 그가 생애 대부분을 보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추모식이 개최된다. 휴스턴에서는 9일 비공개 장례식도 진행된다. 플로이드는 어린 시절 가족과 이사한 휴스턴을 고향으로 여겼다고 한다.

미국 전역에선 ‘침묵의 순간’으로 명명된 애도 행사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플로이드를 기리고자 8분 46초간 활동을 일절 중단하고 침묵함으로써 그의 영면을 기원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메인홀에서 침묵의 시간을 가졌고, 뉴욕주와 아이오와주는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주전역에 ‘침묵의 애도’ 시간을 선포했다.

마이애미주의 한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한쪽 무릎을 꿇은 채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플로이드가 경찰에 체포될 때 그의 자동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친구는 NYT에 “플로이드는 처음부터 경찰에게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가장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면서 “그가 경찰에게 ‘무엇 때문에 이러느냐’고 애원하는 소리도 들었다”고 밝혔다.

미네소타주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에 조사관을 파견해 지난 10년간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 중이며,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를 상대로 인권침해 소송도 제기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첫 추모식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