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잃었다”…토네이도 피해에 ‘망연자실’

100명 이상 사망자 발생…재산 피해도 엄청나

지난 10일 밤 토네이도가 켄터키주를 강타했을 때 재닛 킴프(66)와 아들 마이클 킴프(25)는 무너진 지붕과 벽 사이 복도에서 몸을 웅크린 채 겨우 살아남았다.

킴프는 “몇 년 전 집이 불에 타버리고, 남편이 사망한 뒤 파산 신청도 했는데, 또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킴프의 사연은 그나마 다행인 걸까. 12일 로이터 통신은 “전날 오전까지 이어진 수십 차례의 토네이도가 미국 6개주를 휩쓸면서 켄터키에서만 최소 1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민들의 사연을 전했다.

 6개주를 휩쓴 이번 토네이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켄터키 메이필드로 꼽힌다. 주민 1만 명 규모 마을에선 밤사이 주택이 무너지고 거대한 나무가 뿌리째 뽑혔으며, 거리 표지판도 부서졌다. 양초 공장과 소방서, 경찰서까지 무너졌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뒤 주민들은 밤이 될 때까지 손전등과 차량 헤드라이트를 켜고 집 잔해를 뒤지며 물건을 찾으려 애썼다. 마을은 전기와 가스도 끊겼다.

참전 군인 출신인 로버트 보울린(59)과 아들 크리스토퍼 보울린(24)은 집 밖에서 모닥불에 달걀을 삶다 토네이도를 만났다고 했다. 쓰러진 나무 사이로 간신히 몸을 피해 살아 남았다.

제이멜 알루바(25)는 이번 사고로 3살배기 조카를 잃었다. 알루바의 언니는 3층짜리 집 잔해에 깔려 두개골 골절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건물과 주택이 처참히 무너진 가운데 당국은 생존자를 찾을 희망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양초 공장이 무너졌을 때 내부에는 약 110명이 있었지만, 구조된 생존자는 40여 명에 불과하다.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는 이날 “잔해 위에서 생존자를 발견하는 건 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켄터키에는 전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켄터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견된 곳은 일리노이다. 아마존 물류센터 지붕이 뜯겨나가고 11인치 두께의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면서 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물류센터 직원 45명이 탈출했지만, 토네이도가 강타한 시점에 정확히 몇 명이 작업 중이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종자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미 현지 시간으로 10일 밤부터 시작해 11일 오전까지 미국 중남부 △켄터키 △테네시와 중서부 △일리노이 △미주리부터 남부 △아칸소와 △미시시피까지 6개주에 걸쳐 최소 30차례 보고됐다.

미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풍속은 시속 112km에 달했고, 토네이도가 약 160km 거리를 이동하면서 건물이 붕괴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아칸소주 북동부에서 형성된 슈퍼셀 폭풍을 포함, 밤새 계속된 뇌우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토네이도는 아칸소와 미주리를 거쳐 테네시와 켄터키로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이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예일 기후커넥션스의 기상학자 제프 마스터스는 “지난밤 레이더를 보고 놀랐다. ‘지금은 12월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토네이도와 기후 변화 사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조사할 것을 환경보호국에 요청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고는 비극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 피해 전체 규모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구온난화에 지속 대처하지 않으면 이런 기후 재앙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켄터키가 70명으로 가장 많고, △일리노이 6명을 비롯해 △테네시 4명 △아칸소 2명 △미주리 2명 등이다. 곳곳에서 여전히 실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있어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사망자 수는 더 늘 전망이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켄터키주 피해현장/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