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조지아 공장, 예정대로 지어질까?

자금 말라가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생산 안정화 등 갈길 멀어

제2 생산공장 건설에 불안감 커져…지역 주민과 갈등 빚기도

리비안과 루시드 등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지난해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올해는 보유 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공장 가동을 본 궤도에 올려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후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이제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공장을 가동하고 계획대로 판매량을 늘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이로 인해 보유 현금이 줄어들고 추가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어려움이 최근 스타트업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리비안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억63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7억1700만 달러)에 못 미쳤다.

리비안의 올해 생산량 목표치도 시장 예상치 6만 대를 밑도는 5만 대에 그치면서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는 18% 하락했다.

리비아의 재정 상황이 심각해지자 리비안이 5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도 한 조지아주는 비상이 걸렸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리비안 실적발표 직후인 지난 1일 주정부 차원에서 ‘리비안의 날’을 선포하고 공장 건설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리비안 공장 부지 인근의 주민들이 환경과 경제영향 평가가 잘못됐다며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주법원은 주정부의 세금 인센티브 제공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리비안 측은 “인센티브가 취소되거나 줄어들 경우 공장 건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요 언론들은 “조지아 공장 건설이 무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지만 리비안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루시드도 작년 4분기 매출 2억5770만 달러는 월가 예상치(3억260만 달러)에 못 미쳤고, 올해 생산 목표도 시장 예상치 2만1815대를 밑도는 1만∼1만4000대에 그쳤다.

루시드의 차량 판매 예약 대수는 지난해 6월 3만7000대에서 12월 말 2만8000대로 줄었다.

루시드 최고경영자(CEO) 피터 롤린슨은 “지난해 우리의 목표가 생산 측면의 병목현상 해결이었다면 지금은 판매가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스커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몇 달 내에 첫 모델을 인도하겠다고 밝히며 당일 주가가 30% 급등하기도 했지만, 올해 전체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빡빡한 일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스커는 지난해 말 기준 보유현금 7억3600만 달러 가운데 올해 최대 6억1000만 달러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 환경은 이들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상장하던 2020∼2021년 당시와 완전히 달라진 상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린 돈으로 유동성이 넘치던 당시에는 자동차 산업을 바꾸겠다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차량 생산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들 업체에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전기차 스타트업들에 유입된 자금이 총 1230억 달러(약 1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분위기 속에서 니콜라·로즈타운·패러데이퓨처 등의 업체는 벌써 현금 문제에 직면했고 차량 생산을 늦추거나 목표치를 하향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로즈타운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트럭 모델 판매에 나섰지만, 품질 문제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으로 지난달 말 기준 6대만 인도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다.

게다가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선도업체인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까지 진행 중이다.

리비안 주가는 IPO 당시보다 78% 빠진 상태이며, 이미 2차례 대량 해고를 한 데 이어 차세대 차량 개발과 같은 핵심 사업도 연기했다.

리비안 측은 반도체 부족 등 공급망 문제로 올해 생산량이 계속 줄겠지만, 2025년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루시드는 최근 지분 매각을 통해 15억 달러(약 1조9천억원)를 확보, 지난해 말 기준 총 17억4천만 달러(약 2조2천억원)의 자금이 있고 이를 통해 2024년 1분기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피스커는 첫 모델을 출시할 정도의 현금은 있지만, 추가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사업을 시작할 때와 달리 전기차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것도 이들 스타트업에는 악재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J.D. 파워의 더그 베츠는 테슬라의 경우 사업 초반 모델 S 차량을 출시할 때 경쟁자가 없었던 만큼 현재 스타트업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제 BMW와 벤츠도 전기차 모델이 있는 만큼 이들을 이겨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

조지아 주정부의 리비안의 날 행사 모습/Governor Brian Ke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