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에 놀란 미국…2달만에 ‘마스크 유턴’

CDC “백신 접종자도 실내서 마스크”…연방기관 백신 의무화도 검토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비상인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27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시민이 디즈니 스토어에 입장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비상인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27일 마스크를 쓴 시민이 디즈니 스토어에 입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결국 ‘마스크 쓰기’ 지침이 부활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일부 주에서 자체적으로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되살린 데 이어 27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기존 지침을 번복하는 새 권고안을 내놓은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CDC가 지난 5월 마스크 해제 지침을 발표한 지 두 달여만, 또 지난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이 ‘코로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분위기가 급반전된 셈이다.

가을 학기부터 초·중·고교에서 학생은 물론 교사, 교직원 등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는 권고도 내놨다.

CDC는 앞서 지난 5월 13일 백신접종을 완료한 경우 실내외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전격 발표했는데, ‘코로나19 전염률이 높은 지역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마스크 쓰기 지침을 되살린 것이다.

CDC는 28일 이런 내용의 새 권고안을 정식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지난 5월 CDC의 마스크 해제 지침 이후 마스크가 사라졌던 백악관 브리핑룸과 일부 행사 현장에서도 이날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는 CDC 자료가 공개된 이날 오후, 백악관 직원들과 출입 기자들에게 28일부터 다시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원주민 대표들 간 회담에서도 참석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부통령 보좌관이 행사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고 AP는 전했다.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쓴채 회담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원주민 대표들[EPA=연합뉴스]

27일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쓴채 회담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원주민 대표들[EPA=연합뉴스]

◇ 백악관, 연방직원 백신 의무화 검토…기업들도 마스크 부활

백악관은 연방 기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 또는 코로나19 검사 증명서를 의무화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마스크 쓰기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델타 변이 확산 우려 때문에 백악관이 이 같은 ‘중대한 정책 변화’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이번 주 안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미 보훈부는 연방 기관 중 처음으로 소속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자체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마스크 쓰기 지침을 재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주 미주리 공장 직원들에게 마스크 쓰기를 다시 의무화한 데 이어 이날 포드도 미주리, 플로리다 공장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다시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포드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해외 출장을 계획 중인 직원들에게는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앞서 미 자동차 업체와 노조는 지난 12일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없앴으나 델타 변이의 급속 확산으로 약 2주만에 지침을 변경한 것이다.

다만 GM은 마스크 부활 지침을 미주리 공장 이외로까지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FP통신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오는 2021-2022 시즌 공연에서 관객과 연주자 모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 ‘코로나 독립’ 외쳤지만…바이든 코로나 대처에도 타격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수는 최근 5만6000명대를 기록중이다.

한때 하루 20만명씩 확진자가 쏟아질 만큼 심각했던 미국은 올 초부터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려 하루 평균 확진자수가 지난달 1만명 이하로 뚝 떨어졌고, 이달 초까지만 해도 평균 1만3000명대에 그쳤으나 최근 들어 갑자기 폭증세로 돌아섰다.

물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덕분에 확진자 증가세에 비해 중증자나 사망자 증가율은 높지 않으며 최근의 확진자 급증세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백신 접종자라 할지라도 비접종자와 비슷한 수준의 바이러스 전파력을 지니게 된다는 최근의 새 분석 데이터 등을 토대로 CDC가 새 권고 지침을 다시 내놓게 됐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이번 지침 변경은 지난 7월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코로나 독립’을 선언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 대처 리더십’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WP는 미 정부가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갑작스럽게 마스크 쓰기 지침을 해제해 당혹감이 일었는데, 결국 보건당국이 두 달여 만에 지침을 번복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