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전에 11살 아들 동사” 전력회사에 1억불 소송

텍사스 주민 “주민 복리보다 이익 우선…취약층에 송전 중단”

지난주 한파가 몰아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텍사스주에서 한 여성이 정전으로 자신의 11세 아들이 동사했다면서 전력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ABC방송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년전 미국에 이민 온 마리아 피네다라는 여성은 텍사스주 전력회사 ERCOT을 피고로 주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 회사가 주민의 복리보다 이익을 우선해 겨울에 대비해 전력망을 준비하라는 사전 권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1억달러(약 1100억원)다.

그의 11세 아들 크리스티안은 텍사스주에 한파가 몰아쳐 정전 사태가 난 16일 휴스턴 외곽의 이동식 집에서 사망했다.

그는 소장에 “죽기 전날 눈싸움을 했을 만큼 건강했던 크리스티안은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려고 세살 동생과 한 침대에서 담요를 둘러싸고 있었다. 깨워도 반응이 없어 911에 신고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졌다”라고 사망 경위를 설명했다.

피네다는 “최소 한 주 전에 기상이 악화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고, 지난 10여년간 이런 상황에 전력망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지만 ERCOT은 예방 조처를 하지 않아 목전의 위기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ABC방송에 “유족은 아이가 동사했다고 주장하지만 부검 결과에 따른 사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RCOT은 소장을 검토한 뒤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5일 오전 민간 발전회사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우리 전력망 운영사들은 주 전역의 정전을 피하는 옳은 선택을 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네다의 변호인은 “당시 한파에 가장 취약했던 계층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라며 “휴스턴시 관공서는 비었는데도 전기가 들어온 사진이 있지만, 피네다의 이동식 집엔 정전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네다 가족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이틀간 전력과 난방을 하지 못했다”라며 이 때문에 어린 크리스티안이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주는 다른 주와 전력망을 연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RCOT은 텍사스주의 전력 도매 시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법적으로 비영리회사로 설립됐지만 연방정부가 통제하는 다른 주의 전력공급 회사와 달리 텍사스주의 공공재위원회(PUC)의 감시를 받는다.

NYT는 “ERCOT과 PUC 모두 소비자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하는 연간계획을 제출하는 다른 주의 규제기관에 비해 거의 책임이나 권한이 없다”라며 “텍사스주의 에너지 회사들은 재난적 상황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재량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정전으로 난방을 하지 못해 담요를 둘러쓴 텍사스주 주민 [AP=연합뉴스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