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 선거 무사히 치러질까…전운 감도는 미국

대선일 시발점으로 개표 지연·박빙 승부시 극심 혼란·소송전 가능성

만일의 사태 대비 생필품·총기 등 사재기도…”미국이 어쩌다” 개탄도

대선이 코앞에 닥친 미국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으로의 4년을 결정할 대통령을 정하게 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자칫하면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대선 당일을 시발점으로 극심한 혼란 속에 소요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주 당국에서는 이달 중순 대선 당일 투표소 100피트(30m) 이내에서 총기를 보이게 휴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미시간에서는 남들이 총기를 볼 수 있게 휴대하는 것이 합법이다. 그러나 총기 공개 소지로 다른 유권자들이 위협을 느끼고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명령이 나온 것이다.

이달 초 민주당 소속 주지사 납치 음모를 꾸몄던 일당이 체포된 것도 영향이 컸다. 그만큼 대선을 앞두고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당국이 방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인 총기옹호단체들이 부당하다며 낸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당국이 불복했지만 고등법원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시간 당국의 총기 공개 소지 금지령은 법원 결정에 가로막히긴 했지만 이번 대선을 둘러싼 긴장감의 수위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우편투표가 급증, 예전 대선과 비교해 개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개표 초반부터 한쪽이 크게 앞서나가지 않는 한 승자 확정이 늦어지면서 혼란이 계속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극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폭력 및 소요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영방송 NPR은 “소요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선이 다가오면서 불신과 의심이 커지고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상대방이 선거를 어떻게든 훔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파의 물리적 충돌은 대선 이후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예고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격렬한 충돌로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갔고 7명이 체포됐다.

미 언론 USA투데이는 최근 생필품과 총기, 탄약을 구비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시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폭력사태 격화로 통금령이 내리는 등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기본생활에 필요한 물품 및 호신용 장비를 쟁이는 것이다.

당국에서도 대선 당일 및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했던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시애틀, 뉴욕 등지를 중심으로는 경찰력이 증강될 예정이다.

텍사스주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주방위군 1천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라배마주 등지에서도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패배시 승복할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서 우편투표가 사기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 개표결과를 토대로 승리를 선언해 버리거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소송을 불사할 경우에도 미국 사회엔 한동안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을 통해 연방대법원을 보수 6대 진보 3으로 재편해뒀다. 대선 결과가 연방대법원으로 가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 직접 공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는지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NPR은 주로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않은 나라들의 선거 과정을 감시해온 인권단체 및 분쟁해결단체들이 이번엔 처음으로 미국 대선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칸반도와 동유럽, 구소련 등지에서 평화 선거를 위해 일해온 전문가는 “내가 레바논에 살 때 걱정했던 똑같은 것을 미국에서 걱정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트럼프 지지자-반대파 충돌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