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개월-②]트럼프 확진, 코로나 부실대응 쟁점 급부상

트럼프, 코로나 대응문제 희석시키려 몸부림쳤으나 물거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스스로 코로나19 부실대응을 선거 막판 쟁점으로 급부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트위터에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나와 멜라니아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즉시 자가 격리와 치료 절차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뒤쳐져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은 향후 대선 유세 진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날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선거 유세는 전격 취소됐다.

미국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9월 17~30일 미 전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7.2%포인트(p)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확진 판정은 선거 이슈를 코로나19에서 다른 이슈로 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 때문에 지난 수개월간 인종갈등으로 인한 폭력 사태, 연방대법관 지명, 우편투표 문제점 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이 같은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확진 소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대중의 관심이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댄 슈너 USC 애넌버그 언론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소식은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각인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하게 아프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확진 판정은 정치인으로서 미래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감염병이 미 전역으로 확산돼 매일 1000명 이상이 숨질 때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했고, 코로나19가 통제돼 있다고 단언했다. 또 과학자들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며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 등 과학자들을 경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엄격한 봉쇄를 유지해온 민주당 소속 주지지사들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약화되고 있다며 경제 활동과 학교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엔 힘이 실리지 않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으나 자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물거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