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버스] 한국, 로비업체 고용 불구 IRA 대응 한계…왜?

▶김건희 단독인터뷰와 고발사주 의혹 제기 등으로 한국 언론계를 뒤흔들고 있는 뉴스버스(대표 이진동)에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가 애틀랜타 현지 소식과 미국 정치 및 외교를 주제로 매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 칼럼은 미국 로비업계의 현황과 한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을 다뤘다. 관련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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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연간 23억 쓴 미국 막강 로비업체들 어떤 곳?

미국 정치 좌우 ‘K 스트리트’…각국 사활 건 로비 현장

한국 외교부가 미국 연방의회와 행정부 로비를 위해 전문 로비 업체 5곳에 연 23억원을 사용했다는 KBS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로비 업체의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바로 앞 거리의 이름은 ‘K 스트리트'(K Street)다. 이 거리에 위치한 빌딩들에 로비 업체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의회 대상 로비 업계를 미국에서는 K 스트리트라고 부르고 있다. 케이블 채널인 HBO의 동명 드라마도 로비 업계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 공식 등록돼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업체의 숫자는 무려 2,118개나 된다. 로비 업체를 찾는 고객은 미국 대기업과 이익단체, 지방 정부를 비롯한 내국 고객과 외국 대기업 및 외국 정부 등 외국 고객으로 구분되는데, 전체 고객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가장 큰 손으로 꼽히고 있다.

의회를 대상으로 한 로비를 하기 때문에 이들을 로비업체(Lobbying Firm)라고 부르지만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로펌이라고 봐야 한다. 입법과 관련된 로비를 위해선 법률적인 지식이 필수이고, 정치적 조언을 듣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나 장관, 주지사 등 쟁쟁한 인사들을 고문으로 두고 있는 형식이다.

K 스트리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세우며 미국 중심의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행정부 당시 외국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더욱 호황을 누리게 됐고,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9억2,000만달러(한화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1위 업체인 브라운스타인 하얏트 파버 쉬렉(BHFS)은 소속 변호사만 250명 이상이고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무려 5,660만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다.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의 외교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이 회사의 존재감은 부각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굴욕 외교’라는 망신까지 당하면서 사우디의 위상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2위 업체는 에이킨 검프 스트로스 하우어 & 필드(AGSH&F)인데 이 회사의 고객 가운데 한 곳이 바로 한국 정부이다. 매출액은 5,360만달러로 BHFS에 다소 뒤처지지만 의회 내에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영향력 1위’ 로비업체로 꼽힌다. 한국 정부는 이 업체를 비롯해 5개 로비 업체와 계약해 미국 의회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이같은 막강한 로비업체까지 고용했으면서 관련 법안의 동향에 무지했다는 주장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른 한국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K 스트리트 업체와 계약해 의회 로비를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측은 “이같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플레 감축법의 핵심 조항이 7월 27일에야 최종 공개됐고, 특히 한국산 자동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조항은 조 맨친 상원의원이 마지막에 내놓은 것”이라면서 “어떤 로비업체도 이같은 내용을 미리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도 7월 27일 이후부터 비상이 걸려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미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은 지난해 발의됐던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BB)’에도 포함돼 있어 IRA법 대응도 가능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선 “당시엔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해당 조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폐기됐다”며 “긴밀한 로비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로비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의사당 복도에 붙어있는 로비스트 출입금지 표지판. (www.flickr.com/photos/dhuiz/14681461476, Author=Daniel Huizi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