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총영사관이  함께 합니다”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76호

장원삼 뉴욕총영사는 조금은 독특한 경력의 외교관입니다. 1959년생인 장 총영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4년 외시 15회로 외무부에 입부했습니다. 주미대사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방글라데시와 일본, 중국을 거치며 아시아통 외교관으로 인정받았고 동북아국장까지 지냈습니다.

이어 중국공사와 스리랑카대사를 지내며 아시아권에서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하나 싶었지만 2017년 돌연 미국 정부와의 방위비 교섭을 책임지는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로 임명됐습니다. 영어권 국가가 아닌 아시아권에서 일하던 외교관으로서는 의외의 인사였습니다. 그는 2년간 협상을 이끌다 2019년 11월 뉴욕총영사로 발령받아 부임했습니다.

올해 60세인 장 총영사는 이번 총영사 임기가 끝나고 돌아가면 퇴임이 예정돼 있습니다. 아시아통 외교관이 이력의 시작과 끝은 미국에서 장식하게 된 셈입니다.

보통 퇴임을 앞둔 외교관은 마지막  임지에서 그렇게 열정을 다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외교부에서도 아마 편하게 지내라고 뉴욕으로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애틀랜타에 그동안 퇴임을 앞둔 외교관들이 자주 왔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재수없게도’ 장 총영사는 뉴욕에 부임한지 얼마 안돼 코로나19이라는 전쟁못지 않은 난리를 겪게 됩니다. 편하게 지내기는 커녕 세계 최악의 코로나 진앙 한복판에서 절망하고 신음하는 뉴욕 한인사회를 만나야 하는  짐을 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영웅이 등장한다는 말처럼 장원삼 총영사는 이 난리 속에서 가장 모범적인 외교관 상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분 문제 등으로 정부지원 조차 받지 못하는 한인들을 위해 영사관 직원들과 함께 쌀 150여포대를 마련해 전달하고 개인 돈 1000달러를 이러한 한인들 지원에 써달라며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뉴욕 주정부에 대한 개인보호장비 전달에도 한인사회와 함께 동참했고, 뉴욕한인의사들에게 검사키트를 제공하는 일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키가 큰 장 총영사는 이러한 기부행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데 뉴욕발 행사 사진에서 빠짐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도 이러한 장 총영사의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장원삼 총영사가 한인 언론에 기고한 글을 저희 애틀랜타 K 뉴스도 소개해드렸습니다. 소외된 한인계층에 대한 배려와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영향을 함께 해결하자는 내용도 좋았지만 가장 가슴을 울린 것은 글의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총영사관이 함께 합니다”.  이런 글을 동포사회에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총영사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요? 애틀랜타에서도 이런 총영사를 만나고 싶습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