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착한’ 아시안 청소년들의 자화상

이상연의 짧은 생각

감동의 아시안 청소년 행사…”학생도, 어른도 함께 울었다”

한인사회 관심은 ‘전무’…광고 안하는 행사는 무시당하나?

토요일인 지난 24일 애틀랜타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스와니의 피치트리릿지 고등학교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아시안 학생들의 모임인 ASA가 주관한 ‘2021 아시아태평양계(AAPI) 학생 리더십 컨퍼런스’였는데 10~12학년 아시안 고교생 150명 이상이 참석했습니다. 아시아계 차세대들이 다문화 시대의 미국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린 행사였는데 한인들의 주도가 두드러져 더욱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인인 샘 박 주하원의원이 기조 연설을 맡았고 개막식 연설도 귀넷 마이너초등학교의 배연주 교사가 했습니다. 또한 한국계 입양인인 제니퍼 페로 피치트리릿지 고교 교감이 이번 컨퍼런스를 구상한 주역이기도 합니다.

배연주 교사의 개막 연설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10살때 미국에 이민한 그녀는 학교에서 인종차별과 따돌림, 괴롭힘을 당했지만 부모에게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던 과거를 공개했습니다.

이같은 배 교사의 고백은 2021년 현재의 아시아계 고교생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일으켰고, 그녀가 “착한 아시안 학생으로 비춰지는 내 인생의 모토는 그저 ‘참아라’였다”고 말하자 현장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이같은 배 교사를 완전히 바꾼 사건은 지난 3월의 애틀랜타 스파 총격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각성’했다는 배 교사가 “이제 우리들도 남을 위해 손을 내밀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것이 리더십의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다시 한번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의미있는 행사를 끝까지 취재한 언론은 저희 애틀랜타K 단 한 곳이었고, 오후 샘 박 의원의 연설이 시작될 때에야 녹화용 카메라가 1, 2대 설치됐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여러 아시안 행사들을 통해 행사를 홍보했지만 취재를 오지 않은 것입니다. 다행히 한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인 윙앤버거 팩토리(공동대표 강신범, 트로이표)가 후원을 했고, 동남부한인외식업협회(회장 김종훈)가 현장에서 봉사를 해서 한인들의 체면을 조금은 살려주었습니다.

김종훈 회장은 “나도 1.5세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배 교사의 연설이 너무 공감이 됐고,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실제 김 회장은 지역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일일히 텍스트를 보내 좋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알리기까지 했습니다.

한편 이 행사 다음날인 25일에는 동남부한인회연합회가 마련한 ‘미국에서의 반 아시안 폭력의 오랜 역사와 아시안 역사교육의 중요성’ 주제의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동남부 한인동포들을 초대한다고는 했지만 같은 강사가 비슷한 주제로 연이어 3번째 여는 행사였고 연합회 임원들을 위해 한국어로 진행되는 바람에 영어권 차세대들에게는 접근이 어려운 강연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을 통해 접속한 사람은 20명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유사한 행사가 자주 열리는 이유는 아마 한국 정부가 애틀랜타 스파 총격사건에 대응한다며 한인단체들에게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교육을 위한 예산을 나눠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예산으로 골고루 광고를 낸 덕분인지 대부분의 한인 미디어가 이 행사를 취재했습니다.

이 두 행사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동적이었던 우리 차세대들의 행사는 정말 ‘100달러 짜리’ 광고를 하지 않은 탓에 무시당한 것일까요? 왜 정작 의미있는 진짜 아시안 청소년들의 행사에는 예산 지원이 한푼도 없었던 것일까요?

애틀랜타총영사관이나 한인 미디어 관계자 누구라도 대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