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애틀랜타 대표신문의 부끄러운 행태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74호

백인 부자에 의해 살해된 흑인청년 아모드 아베리 사건이 미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를 촉구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슬픈 일이며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켐프 주지사의 특별지시를 받은 GBI(조지아 수사국)은 수사 하루만인 7일 저녁 백인부자를 살인혐의로 전격 체포했습니다. 이처럼 빨리 결론내려질 사건이 왜 두달 이상 경찰과 지방검찰의 사건파일 속에 묻혀있었는지 더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뉴욕타임스와 NBC 방송 등 ‘타지 언론’들에게 선수를 빼앗긴 AJC는 어제 이를 만회한려는 듯 ‘단독(exclusive)’기사를 게재했다가 전국적으로 대망신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본인도 수사 대상이 될 처지인 지방검사에게 들은 내용이라며 “가해자인 맥마이클 부자가 몇주전부터 아베리를 눈여겨봤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더욱 한심한 실수는 이 기사에 아베리에게 전과가 있고 형도 중범죄로 수감생활을 한다는 내용까지 넣은 것입니다.

절도범으로 생각해 눈여겨 봤다는 이유만으로 백주 대낮에 무장도 안한 시민을 살해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인지, 또는 본인이나 형이 전과가 있다고 해서 가해자들을 무죄 처리해도 된다는 것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기사였습니다.

이런 종류의 기사를 흔히 ‘물타기’ 라고 하는데 다른 신문에 특종을 빼앗겨(기자들 은어로 ‘물 먹었다’고 합니다) 곤란한 처지가 되면 그 기사에 흠집을 내기 위해 취재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나쁜 관행을 의미합니다.

이런 식의 물타기를 하는 기자나 신문사는 결국 해당 기사를 다루지 않는 쪽보다 더 큰 망신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 AJC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AJC를 폐간하라”는 성난 여론이 몰아쳤고, AJC는 30분도 안돼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사를 슬그머니 내렸습니다. 애틀랜타 대표신문이라는 언론사가 저널리즘의 기본도 모르는 한심한 작태를 벌인 것입니다.

중요한 사건일수록 물을 먹고 늦게 다루더라도 정론을 펼쳐야 합니다.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다른 기사를 공격하고 끌어내리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자신만 창피한 꼴이 됩니다.

오늘은 아베리가 살아있었으면 26세 생일이 되는 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베리가 숨진 2월23일을 기념해 오늘 2.23마일을 달린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를 쓴 AJC 기자와 편집자도 사죄하는 마음으로 2.23마일을 달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표기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달리기 캠페인 안내문/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