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입힌 아기 35년 뒤 사망…보모, 살인죄로 기소

플로리다 여성, 37년 전 아동학대로 다시 법정에

피해 아기 평생 장애로 살다 사망 “뇌손상이 원인”

살인 혐의로 37년 만에 재기소된 테리 맥커키(59)
살인 혐의로 37년 만에 재기소된 테리 맥커키(59) [AP=연합뉴스]

 

갓난아기를 세게 흔들어 뇌 손상을 입힌 혐의로 가벼운 형을 받았던 플로리다 여성이 그 아기가 성인이 된 후 사망하자 37년만에 다시 살인죄로 기소됐다.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1984년 당시 22살 나이에 보모로 일하던 테리 맥커키(59)는 그해 7월 3일 생후 5개월의 벤저민 다울링을 아기 엄마인 레이 다울링에게 건네주고 퇴근한 후 소송에 걸렸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느라 보모를 썼던 레이는 아기를 보자마자 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아기의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고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형량조정협상(plea deal·피의자가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감형해주는 제도)을 통해 징역 3개월과 3년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애초 예상됐던 12~17년형보다 대폭 줄어든 형량이었다.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그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출산 후 석방되는 조건이었다.

맥커키는 “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제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범행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뇌 손상을 입은 벤저민이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9년 3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상황이 바뀌었다.

벤저민 다울링
벤저민 다울링 벤저민은 생후 5개월 때 심한 흔들림으로 인한 뇌 손상을 입은 후 평생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앓다 35살로 숨졌다. [AP=연합뉴스]

검찰은 최근 맥커키를 1급 살인 혐의로 다시 기소했고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 대배심도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검시 결과 피해자 사망은 37년 전 부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대배심은 해당 사건을 살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시관은 벤저민이 죽을 때까지 뇌 손상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안고 살다가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맥커키는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현재 자택 근처 텍사스주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벤저민 부모는 아들이 뇌 손상을 입은 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벤저민이 “제대로 기어 다니거나 걷거나 말하거나 먹지 못했다”며 “햄버거나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척추 금속봉 삽입술 등 여러 수술을 받았고, 호스를 통해 음식을 섭취했으며 특수학교에 다녔다.

부모는 “아이가 말은 못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웃음을 보였다”며 “그래도 아이는 우리가 누구고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료 및 과학 증거가 발전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살인에 무게를 둘 것”이라면서도 “맥커키 변호인 측에서는 시간이 지나 적절한 변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