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판결 파기하면 동성혼·피임 권리도 위험?

연방대법원 초안, 낙태권 부정 논리로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동성혼·피임도 마찬가지…성소수자단체 “누구도 안전하지않아”

미국에서 낙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연방대법원 결정문 초안이 공개된 이후 동성혼과 피임 등 다른 권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은 최근 공개된 다수의견 초안에서 임신 24주 전에는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부정하면서 그 이유로 헌법 조항에 낙태권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마찬가지로 헌법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과거 연방대법원 결정을 통해 권리를 확립한 피임, 동성 간 성행위, 동성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이에 스튜어트 미시시피주 법무차관은 다른 사건 판결들은 논리가 명확하며 낙태권처럼 의도적인 생명 박탈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르게 봤다.

그는 피임, 동성 간 성행위, 동성혼 권리를 인정한 결정도 ‘로 대 웨이드’처럼 헌법 제14조의 ‘적법 절차’ 조항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적법 절차 조항이란 개인의 자유는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종교를 가르칠지, 학교가 아닌 집에서 교육할지 등의 권리도 헌법에 적혀있지 않지만 그런 권리를 보장한 것으로 연방대법원이 추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미연방대법원 앞 '낙태권 지지' 시위대
연방대법원 앞 ‘낙태권 지지’ 시위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초안을 작성한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파기가 다른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초안에 “우리는 이번 결정이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에 관한 것일 뿐, 다른 권리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이 의견서의 어느 것도 낙태와 관련 없는 판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러나 NYT는 얼리토 대법관이 연방대법원의 2015년 동성혼 합헌 결정에 대해 적개심을 숨기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2020년 연방대법원이 동성혼 부부에게 혼인허가서 발급을 거부해 고소당한 공무원이 낸 진정을 기각하자 성명을 통해 비판한 바 있다.

동성애자 권익 활동가들은 연방대법원이 초안대로 결정을 내리면 그동안 힘겹게 확보한 권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소수자 단체인 GLAAD의 세라 엘리스 회장은 성명에서 “법원을 지배하는 극단적인 반여성, 반성소수자 이념으로부터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에서는 피임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판결 이후 특정 피임기구를 금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리브스 주지사는 8일 CNN 인터뷰에서 낙태권 다음으로 사후 피임약 ‘플랜B’나 자궁 내 피임기구 사용을 금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시시피주가 지금 집중하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고 WP는 지적했다.

루이지애나주의 공화당은 태아에 대해 ‘수정된 순간부터’ 사람으로서 헌법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법이 통과되면 수정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 피임기구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