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긴 할까’…오미크론에 전 세계 코로나블루

NYT “불안·우울 2배로 늘어…불투명한 미래에 음모론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대유행이 곧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면서 세계인의 우울과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과 우울이 세계를 장악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각지의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이같이 전했다.

NYT가 만난 아시아·유럽·미주·아프리카 등지의 시민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과 그에 따른 심리적 고통을 공통적으로 표출했다.

특히 바이러스 전파 상황에 따라 정부의 방역 정책이 느슨해졌다가 조여지는 일이 이어지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희망과 좌절도 되풀이되는 데 대한 정신적 피로를 호소했다.

이같이 새 변이가 계속 출현해 모든 계획이 잠정적인 것이 되고 미래 계획이 불가능해지자 불안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호주인 샤넬 콘토스는 이달 내 귀향이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NYT는 콘토스의 상황을 놓고 ‘방역을 위해 얼마나 내 삶을 포기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케냐에서는 지난 10월 확산세가 줄어들어 봉쇄 조치를 해제해 술집 출입이 허용되고 극장과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홍보 전문가 코리 므웬데는 “당시엔 세상의 종말처럼 여겨졌던 팬데믹의 오랜 봉쇄에서 자유를 되찾은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자 케냐 당국은 다시 새로운 봉쇄 조치를 예고하면서 접종 완료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 데도 미접종자의 사무실 출근을 금지했다.

NYT는 국제사회가 코로나19에 대해 응집된 대응을 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여러 국가가 사회적 이동을 제한하는 와중에도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급감한 브라질에서는 내년 카니발 축제가 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등 국가별 상황과 대응은 제각각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내부적으로 백신 의무화 정책을 시행할지 의견이 나뉘며 각국의 개별 정책도 서로 다르다.

팬데믹 시기 각국 정부가 시중에 푼 유동성으로 금융시장 활황기를 맞아 부유한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지는데 투자할 자본이 없는 이는 더 빈곤해지는 상황이 나타나 음모론도 만연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모스크바의 인지치료센터(CCT) 소장인 야코프 코체트코프는 “러시아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서 “이런 현상은 사람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러시아 심리치료사인 안나 셔펠은 환자들이 감염에 대한 공포로 강박적 생각과 행동에 사로잡혀 공공장소에서 타인과 접촉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사회경제연구기관 첸시스(CENSIS)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심화한다고 진단했다. 첸시스 수장인 마시밀리아노 발레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한 개인이 자기 삶의 위치를 개선할 수 있는 원리였던 ‘사회적 사다리’가 막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심리학 협회장인 다비드 라차리는 최근 연구에서 불안과 우울이 발생할 확률이 대유행 이후 배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18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그 확률이 25%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정신 질환 분야를 연구한 프랑스 전염병학자 마리아 멜키오르는 대유행 이후 대면 접촉 기회가 제한된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섭식장애가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에서 우울과 불안이 평시보다 배로 증가했다며 이는 앞선 이탈리아 연구자들의 결론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미국,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대유행 기간 우울과 불안이 이전보다 배 이상 만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