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참사가 5주기를 맞았다. 매년 규모가 줄어드는 추모식과 형식적인 메시지 속에서, 한인사회가 이 사건을 여전히 ‘현재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애틀랜타 K는 사건 직후 희생자 4명이 한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고 이후 유족과 생존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한인사회의 비극임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이후 5년이 지났고 참사 5주기를 맞아 한인타운과 애틀랜타에서는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2026년의 현실은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3월 15일 둘루스에서 열린 5주기 토론회에는 10여 명만이 참석했고 한인들의 숫자는 한 손으로 셀 정도였다. 16일 조지아 주의사당 기자회견에는 한인 주의원이 나타나지 않았다.
애틀랜타 한인회 관계자도, 한인사회 인사들도 보이지 않았다. 김백규 전 한인회장이 홀로 16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이 한인사회의 유일한 참여였다.
이 사건은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범죄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다. 희생자 4명이 한인 여성이었고 모두 미국에서의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온 이민자 여성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인사회의 참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16일 기자회견에서는 “매년 결과 없는 추모만 반복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평가에 가까웠다.
해마다 한인사회는 정치 참여를 외치고 있다. 한인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고, 한인 후보를 지지하고, 한인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인을 향한 가장 상징적인 혐오 범죄의 5주기 추모 자리에 한인회도, 한인 인사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정치 참여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인권과 정치 참여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편하고 아픈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태도,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1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 한인 의원 한 명 없는 기자회견. 이것이 5년 후 우리 한인사회가 보여준 응답이다.
범인 로버트 애런 롱은 체로키 카운티에서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이미 선고받았다. 그러나 풀턴카운티의 나머지 4명의 희생자, 즉 한인 여성들에 대한 재판은 5년째 열리지 않았고 오는 30일에야 첫 심리가 잡혀 있다. 유가족들은 5년을 기다렸다.
이 더딘 재판의 속도를 한인사회의 무관심과 분리해서 볼 수 있을까. 피해자 커뮤니티가 목소리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촉구하고, 법정 안팎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때 사법 시스템도 움직인다. 침묵은 때로 망각을 허용하는 신호가 된다.
혐오범죄에 대한 대응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정치적 압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5주기 행사는 한인사회가 이러한 과정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줬다.
추모는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변화 없는 반복은 결국 의미를 잃는다. 5년이 지난 지금, 애틀랜타 스파 참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