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애틀랜타한인회가 재건되려면

애틀랜타한인회 변신 노력에 한인 사회 관심 집중

진정한 재건 위해 투명한 재정운영, 여론수렴 필수

재정적 안정 위한 구체적인 플랜 수립해 공개해야

어제 (31일) 한인사회에서 기부 ‘큰손’으로 통하는 인사 한 분과 통화를 했는데 대화가 끝날 무렵 “한가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다”며 “새롭게 출범한 애틀랜타한인회가 잘 할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한인회 등에 기부를 했던 인사라 질문의 의도를 알 것 같아 “직전 회장이 무너뜨린 한인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의욕적으로 첫 걸음을 내딛고 있으니 도와주는 것도 고려하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처럼 새롭게 출범한 제35대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를 지켜보는 한인사회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취재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제 누가 한인회 하는 일에 신경을 쓰느냐”는 자조섞인 주장도 있지만 한인사회 대표단체인 한인회가 제대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인사들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애틀랜타한인회가 이런 자조섞인 반응을 얻게 된데는 전임 회장의 ‘막가파’식 운영과 이를 방조한 주변 인사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한마디로 한인회의 신뢰가 토대부터 무너졌고, 한인회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싸늘하게 바뀌었다.

그래서 지난 30일 출범한 제35대 집행부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Let’s Rebuild Together(함께 재건합시다)’를 선택했다. 오래되거나 무너진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을 재건이라고 하는데 직전 한인회의 처지와 현 한인회의 과제를 잘 표현한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인회가 진정한 재건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30일 출범식 당시 1만5000달러의 발전기금을 쾌척한 김백규 전 한인회장의 격려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전 회장은 이홍기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바른 길을 가는 한인회 ▷사심이 없는 한인회 ▷바른 판단으로 한인사회를 인도하는 한인회 ▷건강한 한인회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전임자와는 달리 바른 길을 사심없이 걸어가는 한인회가 되려면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현행 법률과 한인회 정관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바른 판단으로 한인사회를 인도하기 위해서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인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특히 건강한 한인회가 되려면 튼튼한 재정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집행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몇년전부터 한인회장들이 습관적으로 “한인회관에 들어가는 돈만 매달 1만2000달러”라고 주장하며 한인회관을 팔면 모든 재정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해 왔다. 하지만 사실 한인회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월 5000달러에 미치지 않는다.

전임 회장은 한인회관 매각 외에는 어떠한 재정 운용 아이디어도 없이 한인사회에 손을 벌리거나 무리한 수익사업을 추진하다 결국 가장 건강하지 않은 한인회를 만들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한인회 집행부는 한인회관을 이용해 재원을 확보하는 역발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회관 임대 사업을 활성화하고 2층을 창고로 바꿔 렌트를 확보한다는 등의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낙후한 시설과 고장난 에어컨 등을 수리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이 자금은 한인사회의 후원으로 확보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한인회는 한인회관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이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단계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일에 당위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김백규 전 회장은 “지은지 32년째로 이제는 장년이 된 한인회관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한 뒤 “힘껏 돕겠다”고 약속했다. 한인회가 진심으로 재건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면 돕겠다는 한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