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수입 절반 감소…“한 잔 커피에 물류·기후가 다 얹혔다”
미국의 커피값이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50% 브라질산 커피 관세 폭탄과 글로벌 공급난, 기후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된 분쇄 커피 가격이 파운드(약 450g)당 8.8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커피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 1997년 이후 최대 폭의 오름세다.
문제의 핵심은 브라질산 아라비카 커피다. 브라질은 전 세계 고급 원두의 최대 생산국으로, 미국이 소비하는 커피 원두의 약 3분의 1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브라질산 커피에 5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라질의 대미 수출이 급감했다.
해운 데이터업체 비전(Visi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으로 들어온 브라질산 커피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8월에는 무려 75% 이상 감소했다. 빈자리를 메워야 할 베트남과 콜롬비아 등 주요 생산국들도 기후 악화로 인한 수확 부진으로 공급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ING의 식품·농업 수석 이코노미스트 타이스 헤이예르는 “현재는 잉여 재고 덕분에 시장 충격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소비가 계속된다면 재고도 금방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며 “문제는 ‘다음 배’가 어디서 오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아라비카, 베트남은 로부스타 시장의 핵심 공급국이다. 두 국가는 전 세계 커피 시장의 양 축을 이룬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이들 지역의 날씨가 점점 불규칙해지면서 작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미 뉴욕 커피 선물 시장에서도 가격이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커피 산업 전반은 원가 부담과 공급망 불확실성에 동시에 직면한 상태다.
식료품 업계는 “커피처럼 국내에서 대체 생산이 어려운 품목은 관세 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최근 일부 수출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시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품목 목록을 공개했고, 여기에 커피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 협상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