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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게임사 ‘블리자드’의 ‘선택적 정의’

paul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정치적 올바름’ 게임 속에서 구현…사내 문화는 남녀차별 ‘시궁창’

오버워치의 성소수자 캐릭터 '솔저76'
오버워치의 성소수자 캐릭터 ‘솔저76’ [블리자드 제공]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사 중 한 곳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의 선두주자로 불릴 만큼 게임 속에 다양성 요소를 풍부하게 내세워왔다.

성소수자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캐릭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버워치’나 여성 지도자가 대거 등장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최근 드러난 성차별 논란으로 이제까지의 행보가 ‘선택적 올바름’일 뿐이었다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블리자드가 직장 내에 만연한 ‘프랫 보이'(Frat boy) 문화를 방치해 주법을 위반했다며 로스앤젤레스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프랫 보이’는 ‘사교 클럽 청년’ 정도로 직역되는데, 남성성이 강하고 방탕한 조직 문화를 뜻하는 말이다.

DFEH에 따르면 블리자드 직원의 20%를 차지하는 여성들은 승진·보수 등 인사 전반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일상적인 성희롱과 음담패설에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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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실을 회의실로 쓸 거라며 여성 직원을 내쫓거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등 성차별 행위도 빈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숨진 여성 직원이 생전에도 나체 사진 유포·성희롱 등 피해를 봤다는 충격적인 사례가 고소장에 적시되기도 했다.

성차별 항의 시위하는 블리자드 직원들
성차별 항의 시위하는 블리자드 직원들 [AP=연합뉴스]

이런 사실이 공개된 직후 블리자드 측의 대응은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블리자드는 DFEH가 제기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우리는 직원들에게 공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오프라인 파업을 벌이고 SNS에서 관련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진 뒤에야 사측은 차별 문제에 무감각했음을 인정하며 뒤늦게 진화에 나서고 있다.

거대 게임사에서 이런 문제가 벌어진 건 블리자드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사내 임원들의 성추문으로 논란이 됐던 프랑스 게임 업체 유비소프트는 이달 15일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한 혐의로 또다시 고소를 당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2018년 성차별 소송으로 홍역을 치른 뒤 전·현직 여성 직원들에게 1천만달러 상당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했다.

성차별 항의 시위하는 블리자드 직원들
성차별 항의 시위하는 블리자드 직원들 [AP=연합뉴스]

이러한 범죄 행위는 단순히 윤리적 비난을 넘어 회사의 미래에도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WoW의 선임 시스템 디자이너 제프 해밀턴은 “최근 일들로 아무런 개발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 ‘하스스톤’ 신규 확장팩 공개 행사는 진행을 맡은 개인 방송인들이 시위에 동참하며 결국 취소됐다.

약자의 고통은 무시한 채 ‘PC함’을 위장할 수 있는 편리한 장치로만 일관해온 블리자드의 민낯이 게임을 사랑하는 이용자들에게 또다시 씁쓸함만을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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