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정치적 위기 속에서 상승세 유지
한국은행 긴급 조치, 시장 안정화의 핵심 역할
CNBC “내부 혼란은 견뎌도 외부 압력이 변수”
한국은 지난 한 달 동안 계엄령 선포, 현직 대통령과 대행 대통령의 탄핵, 두 번째 대행 대통령의 임명, 그리고 비극적인 항공기 추락 사고까지 겪으며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9일 경제 전문 매체 CNBC가 보도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보통주를 추적하는 코스피 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이러한 회복력을 한국의 정치적 역사와 한국은행의 신속한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대행이 한국 역사상 탄핵된 대통령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과거에도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됐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기각했고,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돼 이듬해 자리에서 물러난 사실을 언급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책임자인 토머스 매튜스는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전례 없는 일이 아니며, 적어도 증시에서는 2016~2017년 가장 최근의 탄핵 당시에도 궁극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인 이수형 위원은 지난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두 차례의 탄핵이 가져온 불확실성은 3~6개월 내에 해소됐으나, 정치적 혼란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신속한 대응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한 당일,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화와 변동성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단행한 점도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CNBC는 한국 경제와 시장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은 내부 요인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 있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제안한 관세 정책이 더 큰 하방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 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경고했다.
또한, 이번 사건들이 한 국가 내에서 한 기관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관들이 경제를 떠받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다른 국가의 정부와 협상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임을 한국의 최근 경험이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