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강판 등 가격 급등에 ‘고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자동차·가전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멕시코·캐나다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중·삼중고’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캐나다를 포함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매길 것”이라며 “알루미늄에도 똑같은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이나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한국산 철강에 적용 중인 **무관세 쿼터(263만 톤/년)**를 그대로 유지할지, 축소·삭제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쿼터가 유지된다면 “한숨 돌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 부과”를 언급함으로써, 쿼터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특히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기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앨라배마공장(연 36만 대)과 조지아공장(연 35만 대)에 이어 올해 상반기 새로 가동될 조지아 전기차 공장(HMGMA, 연 50만 대 규모)을 합치면, 미국 내 연간 생산량이 총 121만 대에 달한다.
현대차·기아는 이 물량을 만들기 위해 연간 약 121만 톤의 자동차용 강판이 필요하다. 상당 부분을 그룹사인 현대제철에서 공급받으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량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가 전면 적용되면 원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가전업계도 이번 관세 부과 이슈를 예의 주시한다. 삼성전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 LG전자 테네시주 공장 등이 세탁기·건조기를 생산하는데, 해당 제품에 쓰이는 철강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이들 제품의 제조 원가가 오르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멕시코 정부의 수입 특혜관세 ‘Regla 8’ 종료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지고 있는 터라, 미국까지 철강 관세를 시행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정책은 ‘미국 내 공장을 세워라’라는 메시지를 지속 강조해왔지만, 정작 수입 철강에 관세를 대폭 매기면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도 비용 압박을 받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되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관세 부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나, 시행될 경우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오를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한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든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