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 재고 소진 임박…하반기 차량 가격 인상 불가피
현대차와 기아가 2025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패닉 바잉(공포에 의한 선구매)’ 현상이 뒷받침된 결과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관세 반영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과 수요 위축이 겹치며,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6월 미국 시장에서 총 89만3,152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2% 증가한 수치로, 두 회사 모두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0.5% 늘어난 47만6,641대를, 기아는 7.8% 증가한 41만6,511대를 판매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전기차 판매는 4만4,533대로 28%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13만6,180대로 45.3% 증가하며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도 역대 최고인 18만715대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세 적용 전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2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실제로 4월에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가 전년 대비 16.3% 증가했으며, 2분기 전체로는 47만3,240대를 판매해 7.9% 증가세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先)수요가 소진되면서 구매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6월 기아의 판매량은 오히려 3.2% 감소했다. 여기에 관세 여파로 ‘비관세 재고’가 소진되면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 일본 도요타는 7월부터 미국 내 차량 가격을 평균 270달러 인상했고, 미쓰비시·스바루 등도 연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는 금리 부담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