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기피 시대…갈 곳 잃은 동전들”

트럼프 1센트 동전 주조 중단…전세계, 소액 주화 운명 ‘흔들’

미국의 1센트짜리 동전(페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페니 한 개를 만드는 비용이 액면가(1센트)를 훨씬 웃돌고, 동전 활용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은 2센트 이상의 비용이 드는 페니를 주조해왔다”며, 재무부 장관에게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

1센트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약 3.7센트에 달하는 탓에, 미국 조폐국은 한 해에만 8530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 “기존에 유통 중인 동전은 그대로 두되, 신규 생산만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이대로라면 에이브러햄 링컨의 얼굴로 유명한 1센트 동전은 점차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도 “소액주화, 골칫거리”

한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10원짜리 동전은 액면가보다 더 많은 제조 비용이 들어 “만들수록 손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1원·5원짜리 동전은 이미 2005년에 유통 목적 발행을 중단했으며, 10원 동전 역시 구리와 알루미늄을 혼합해 만들지만 제조 단가는 30~40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온다.

비록 금속주화는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해, 지폐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동전 다시쓰기 운동’**이나 ‘동전 없는 사회’ 캠페인을 벌였음에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 모바일 결제 시대, 동전은 ‘계륵’

최근 신용카드·모바일 결제·전자 지갑 등 전자 지불수단이 일상화되면서, 지폐와 동전 등 현금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편의점·카페·식당에선 잔돈 처리의 번거로움 때문에 현금을 꺼리는 곳도 늘고 있으며, 버스나 택시도 무현금·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축의금·조의금도 계좌 이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현금을 직접 꺼내 사용하는 장면을 마주하기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 “동전의 종말” vs “소액주화 사용권 보장 필요”

일각에서는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동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급등, 각국 중앙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 등 현금 없이도 결제와 금융이 원활히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계층(디지털 취약계층, 노년층, 저소득층 등)을 위해 현금 및 동전의 최소한의 사용권 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현금, 특히 동전은 쓰임새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쪽이 우세하다.

◇ “미래엔 화폐수집상의 진열대에서나?”

미국의 1센트 동전처럼, 한국의 10원짜리 동전도 결제 현장에서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도 발행 규모·제조 비용은 꾸준히 축소되는 추세다. 시간이 지나면 10원짜리 동전이 화폐수집상 진열대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골동품 취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소액주화가 과연 완전히 자취를 감출지, 아니면 특정 계층과 용도를 중심으로 제한적이지만 계속 유통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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