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내 영화, 어떻게 선정될까?

내부 조사와 외부 자문 거쳐…데이트-트렌드도 활용

비행 중, 좌석 화면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것은 많은 승객들에게 흔한 경험이다. 주요 항공사들에 따르면, 기내 오락 시스템은 승객들의 절반 이상이 이용하며 특히 영화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로 꼽힌다.

그렇다면 기내에서 제공되는 영화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 걸까? 뉴욕타임스는 항공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기준을 소개했다.

◇ 영화 선정 과정

항공사는 보통 내부 팀과 콘텐츠 서비스 제공업체의 도움을 받아 영화 목록을 구성한다. 델타항공은 직원들이 영화제를 방문하기도 하고, 국제선과 특정 테마(예: 히스패닉 문화의 달)에 맞춘 컬렉션을 만들 때 외부 자문을 받는다.

예를 들어, 델타항공은 10월 할로윈 컬렉션으로 ‘비틀쥬스’*와 ‘컨저링’*을, 가족 영화 섹션으로는 ‘코코’*와 ‘리멤버 더 타이탄’*을 포함시켰다.

◇ 데이터와 트렌드 활용

항공사들은 승객의 선호도를 반영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다. 고객들이 어떤 영화를 얼마나 오래 시청했는지, 외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한다.

또한, 승객들의 피드백도 중요하다. 설문조사, 소셜 미디어, 직접적인 요청이나 불만 사항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 소식이 알려지자 유나이티드항공은 원작 영화를 다시 상영했으며, 이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 카테고리와 개인화

항공사들은 점점 더 다양한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다. 델타는 승객의 항공사 멤버십 계정을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해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며, 시청 중이던 영화를 이어볼 수도 있게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의 출연작을 모아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 인기 영화와 예외적인 선택

승객들은 종종 편안하고 즐거운 영화를 선호한다. ‘미친 부자 아시아인’ 같은 영화는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항공사들은 이를 “항공사 영화”라고 부른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 ‘캣츠’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이후 ‘하우스 오브 구찌’가 그 인기를 이어받았다.

◇ 승객 선택이 자유로운 이유

항공기 안에서 영화 선택은 지상에서와 다르다. 승객들은 ‘시간을 소비할 기회’를 활용해 평소 보지 않던 영화를 선택하거나 몰래 보고 싶었던 영화를 시청한다.

예를 들어, 델타항공은 최근 영화 ‘바비’가 남성 비즈니스 승객들 사이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발견했다. 델타항공 관계자는 “기내에서는 이미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는 만큼, 사람들이 보통 선택하지 않을 영화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은 기자

영화 ‘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