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창고가 ‘핫플’이 됐다! 둘루스 다운타운의 숨은 보석
한인 부부의 못말리는 커뮤니티 사랑, “이제는 커피로 소통”

“경계를 넘어, 커피 한 잔의 연금술” – 둘루스의 특별한 카페 이야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존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Carpe Diem(까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시와 문학을 통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독려한다.
그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클럽을 부활시키고, 늦은 밤 동굴에 모여 시를 낭송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찾으려 노력한다.
최근 둘루스 다운타운 중심부에 문을 연 카페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Alchemist on the Divide)’는 바로 이 동굴 같은 아지트이자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고 있다.
동네 주민들부터 커피 애호가, 아기 엄마들, 예술가, 문학인, 사업가, 공무원, 정치인까지—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삶을 나누는 이곳, 오픈과 동시에 지역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카페를 찾아가 봤다.

“좋은 커피숍이 있었으면”—꿈을 현실로 만든 부부
둘루스에서 오랜 기간 거주해 온 마이클과 사라 박 부부는 늘 “이곳에 제대로 된 커피숍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시청 건물이 새롭게 들어서고 다운타운이 재개발되면서 다양한 상점이 생겨났지만, 정작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카페는 부족했다.
그러던 중, 부부는 오래된 시청 건물 아래 방치된 반지하 공간을 발견했다.
이들은 존스크릭에서 이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카페 ‘앨커미스트(Alchemist Trading Co)’의 운영진(에릭 오, 스카이 강)과 파트너십을 맺고, 둘루스 다운타운에 새로운 지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이 공간은 몇십 년 전에는 시청과 경찰서, 감옥으로 사용되었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둘루스 퍼스트 침례교회가 자리했던 유서 깊은 곳이었다.
건물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외부는 기존 모습을 유지한 채, 내부 인테리어는 ‘올드 앤 뉴(Old & New)’의 조화를 바탕으로 브랜드 인테리어에서부터 컨셉까지 4명 파트너의 열정과 고뇌를 담았다.
특히, 둘루스의 철도 역사와 관련된 흔적을 보존해 카페 바닥에 철로를 남겼고, 오래된 배관과 기둥도 그대로 살렸다.
반면, 반지하 공간 특유의 아늑한 동굴 같은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문학인들이 토론하며, 이웃들이 따뜻한 커피와 차를 나누는 특별한 장소로 탄생시켰다.

“온 더 디바이드”—경계를 넘어 연결되는 공간
‘앨커미스트’는 연금술사를 뜻한다. 중세시대 때 여러가지 신성한 재료들과 원석, 돌 등을 이용하여 금을 만드는 실험을 연금술이라 한다.
하지만 앨커미스트 1호점을 시작한 에릭 오 사장 부부가 추구하는 연금술에는 순수하고 오가닉한 재료들의 황금비율을 통해 금과 같은 값진 맛을 내는 음료를 만들어 내고, 무엇보다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음료를 마시는 순간의 기운 자체가 금과 같이 값진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여기에 다양한 문화와 재개발로 활기를 띠고 있는 둘루스의 분위기를 얹어 커뮤니티의 보석 같은 장소로 탈바꿈한 곳이 바로 2호점,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Alchemist on the Divide)’이다.
그렇다면 ‘온 더 디바이드’는 어떤 의미일까?
사라 씨는 “미국 동부에서 빗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를 결정하는 주요 지형 경계선이 바로 이곳이에요. 이 선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대서양으로 가고,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멕시코만으로 흘러가죠. 그렇게 딱 나뉘는 지점에 저희 카페가 있어서 영감을 받았어요”라고 설명했다.
경계를 뜻하는 ‘디바이드(Divide)’라는 단어는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지점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곳은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사라씨 부부는 자신들을 카페 사업으로 이끈 능력있는 앨커미스트 1호점 부부와의 만남 자체가 연결의 시작이었다며 파트너십에 대한 감사를 드러냈다.

나만의 공간이자 ‘우리’의 가치를 담은 장소 꿈꿔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가 이렇게 빠르게 지역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트렌디한 카페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부는 10년 넘게 귀넷카운티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해 온 지역 사회의 일꾼들이다. 사라 씨는 현재 귀넷카운티 정보소통부 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며, 민주평통과 한인회, 한미협의회(KAC) 등에서 꾸준히 봉사해왔다. 남편 마이클 씨 역시 귀넷 커미셔너 위원회 산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과 미주한인재단 애틀랜타지부 회장을 역임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렇기에 이 카페는 단순한 비즈니스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오픈 첫주에 1호점만큼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라씨에 따르면 앨커미스트를 찾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둘루스 주민들로 오래전 이곳에서 성경 공부를 하거나 시청에 서류를 제출하러 오는 등 이 건물에 대한 다양한 추억과 애틋한 향수를 갖고 있다.
부부는 역사와 사람들의 추억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건물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이 공간이 커뮤니티 허브로 조성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는 각종 이벤트 안내는 물론 개인과 단체, 비즈니스와 문화 등을 잇는 브릿지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최고의 커피를 위한 완벽한 조합
무엇보다 일단 카페는 커피맛이 좋아야 하지 않나. 그런면에서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는 최고의 커피 한 잔을 위해 철저한 준비와 정성을 들인 곳이다.
카페에서는 엄선한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며,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맞춤형 커피를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바(Bar)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숙련된 바리스타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의 기호를 반영해 최적의 커피를 추천하며, 취향에 맞춘 커스터마이즈 음료를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커피 맛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라인더와 얼음 기계를 갖추었다. 원두의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분쇄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얼음까지도 커피의 밸런스를 고려해 세심하게 준비한다.
이러한 섬세한 접근 방식 덕분에,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에서는 커피 한 잔이 그저 음료가 아니라,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이 동네엔 둘루스 시장이 100명 넘어요!”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를 카페 근처 횡단보도까지 배웅하던 사라 씨는 길가에 떨어진 휴지를 조용히 주워 들었다.
“둘루스 시장이신가 봐요?”라는 기자의 농담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동네엔 둘루스 시장이 100명이 넘어요! 다들 자기 동네라고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니까요.”
그 말처럼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는 평범한 카페가 아니다. 이곳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삶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기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어떤 이에게는 창작의 영감을 주는 곳이 되고, 다른 이에게는 친구와 함께하는 안식처가 된다.
낡은 창고에서 시작된 이 작은 카페가 이제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심장’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커피 한 잔과 함께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경계를 넘어 연결되는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둘루스의 숨은 아지트, ‘앨커미스트 온 더 디바이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당신도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