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원대 사기범 시애틀서 연방 당국에 검거…도주 1년 7개월 만에
한국 대전에서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0여억원을 가로채고 미국 애틀랜타로 도피했던 전세사기 용의자 남영진(49ㆍ여)씨와 최현재(45) 부부가 최근 미국 연방당국에 체포돼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찰청은 23일 대전시 일대에서 총 11채의 다가구주택을 매수한 후 이른바 ‘깡통 전세’ 사기를 설계해 받은 62억원의 보증금을 챙겨 미국으로 도피했던 남씨와 최씨 부부를 한미 양국의 공조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9년 4월에서 2023년 4월 사이에 대전시 일대에서 깡통 전세 사기를 일으킨 뒤 남영진의 언니가 거주하는 애틀랜타로 도주해 한미 양국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은 당국과 피해자들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애틀랜타에서 시애틀로 도주해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이들은 이른바 ‘깡통전세’ 수법을 사용해 전월세 계약을 원하는 피해자 90명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은 뒤 이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50세 남성은 이들에게 전세보증금 8000만원을 사기당한 뒤 지난해 6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한국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국제형사경찰기구(I인터폴)에 이들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인터폴은 곧바로 수배를 발령했다. 적색수배가 발령되자 미국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등이 한국 당국과 공조해 이들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본보는 단독 보도들(기사링크 1, 기사링크 2, 기사링크 3)을 통해 이들이 J1(문화교류)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으며 메트로 애틀랜타 풀턴카운티의 단독주택에 거주하면서 외아들을 한인이 운영하는 펜싱클럽에 등록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피해자들에 의해 남씨의 언니와 형부에 대한 신상 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출되고 이들이 애틀랜타 한인 식당에 투자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이들은 지난해 여름 캐나다 국경과 가까운 시애틀로 거처를 옮겼다.
시애틀 한인들은 본보 제휴 현지 한인언론인 시애틀N에 이들을 린우드 H마트에서 목격했다고 제보했고, 남영진이 발급받은 미국 운전면허증까지 전달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의 주소를 확인하고 추방 담당 기관인 연방 이민국 산하 강제퇴거운영국(ERO)에 요청해 2개월간 잠복 끝에 용의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시애틀로 옮겨온 이유는 워싱턴주가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기 때문에 미국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영진은 지난해 8월22일 한인타운인 페더럴웨이를 주소지로 미국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으며 당시 이들 가족은 레드몬드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