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과일·채소 섭취, 수면 질 개선 효과 입증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카고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하는 하루 5컵의 과일·채소를 섭취한 사람들은 같은 날 밤 수면 질이 16%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1세~35세의 건강한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식습관과 수면 패턴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손목 수면 모니터를 착용하고, 하루 식사 내용을 자가 보고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수면의 질을 ‘수면 파편화(Sleep Fragmentation)’, 즉 밤 사이에 얼마나 자주 깨어났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과일과 채소, 복합 탄수화물(통곡물 등)을 많이 섭취한 날일수록 더 깊고 안정된 수면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많이 섭취한 날에는 수면 질이 저하되는 경향이 발견됐다.
컬럼비아대 수면·생체리듬 연구소 소장 마리-피에르 생옹주 박사는 “사람들은 늘 ‘잠 잘 자려면 무엇을 먹어야 하나’라고 묻는다”며 “작은 식단 변화만으로도 수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대 수면센터의 에스라 타살리 박사도 “식단 조절이 수면개선의 저비용·자연스러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소규모이며 관찰에 기반한 초기 결과인 만큼, 보다 광범위한 연령층과 수면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단 보고가 자가진술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도 존재한다.
기존에도 수면 부족은 식욕 조절을 무너뜨려 지방·당류 섭취를 유도한다는 연구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반대로 ‘좋은 식습관이 그날 밤의 수면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 중 하나다.
연구팀은 특히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 마그네슘, 항산화 물질 등이 염증을 줄이고, 수면 리듬 조절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단 10~12%만이 권장 섭취량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5컵은 생각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바나나 1개 = 1컵 ▷생당근 12개 = 1컵 ▷익힌 콩류 1컵 = 1컵 ▷생 시금치 2컵 = 1컵 ▷포도 32알 = 1컵 ▷고구마 큰 것 1개 = 1컵
전문가들은 “수면제나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식단을 개선함으로써 수면의 질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며 “작은 실천이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