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인수위 “헌법 개정 우회한 방안 모색”…이민단체 “곧바로 소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수정헌법 14조가 규정한 출생시민권제를 사실상 폐지하기 위해 각종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법정 다툼에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보수 진영에서 출생시민권제를 보장했다고 평가받는 1898년 ‘미합중국 대 웡 킴 아크’ 연방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CNN방송은 22일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가 개헌 없이 출생시민권 취득을 제한할 우회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른바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해 관광비자 심사를 강화하고,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서류가 미비한 경우 해당 미성년 자녀에게 여권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권 취득 문턱을 높이는 조치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이러한 행정명령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친(親)이민 시민단체들은 “언제든 소송을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출생시민권제 폐지는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큰 사회적 논란이 될 전망이다. 만약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면 단순 행정명령 무효화 수준을 넘어 연방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히로시 모토무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스쿨 교수는 “연방대법원이 2022년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었을 때보다 사회적 반발이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 관할권에 속하는 미국 출생자와 귀화자 모두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反)이민 강경파는 ‘미국 관할권’ 해석을 두고 불법 이민자의 자녀는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며, 1898년 연방대법원 판결 번복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출생시민권제 폐지를 공언해왔다. 그는 지난 8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출생시민권제를 바꿔야 한다”며 “1기 행정부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밀려 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